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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작가를 만나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페미니즘, 이제는 말해야 할 때"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가 예스24 여름 문학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작가를 만나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페미니즘, 이제는 말해야 할 때"

이 시대의 사회적 이슈 담으려 노력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책

"페미니스트 수식어 부담 없어"

"과연 제가 쓴 '82년생 김지영'이 책으로 출간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때도 있었어요. 어떤 출판사에서 책을 내게 될까 궁금했죠.(웃음)"

집필할 때만 하더라도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싶었던 책은 출간 직후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성 차별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민음사에서 출간한 '82년생 김지영'은 온오프라인 서점 소설부문 1위, 15주 연속 베스트셀러 TOP 10, 출간 7개월 만에 10만부 돌파 등 침체된 출판 시장에 기현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최근 영화화도 결정됐다.

'82년생 김지영' 신드롬을 만들어낸 조남주 작가를 29일 저녁 마포고 레드빅스페이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딱 하나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2015년에 '여성 혐오'(여성에 대한 혐오나 멸시, 편견을 뜻하는 말. 성 차별, 여성에 대한 부정과 비하, 여성에 대한 폭력, 남성우월주의 사상,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포함한 여러가지 방식으로 나타남)와 관련한 이슈들이 많았어요. 미디어에서도 여성 혐오 발언들이많이 나왔고요. 이러한 것들을 접하다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이 어떠한지 정리해보고 싶었죠. 가장 제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건 한 칼럼니스트의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라는 글이었어요. 이 글이 인쇄가 되어 나올 수 있는 사회라는 게 충격이었고,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드러낼 수 있는 때다 됐다는 판단이 섰던 것 같아요."

82년생 김지영/민음사



'82년생 김지영' 속 주인공 김지영은 1982년에 태어난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이다. 김지영은 부모님, 할머니, 언니, 남동생이 있는 집에 둘째 딸로 태어나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평범한 한국 여성인 셈이다. 이 책은 이처럼 특별할 것 없는 삶 속에서 주인공 김지영을 통해 한국에서 사는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차별, 불평등, 위협 등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르포 형식의 소설로 작가는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때문에 '이 시대의 수많은 김지영'(대한민국 모든 여성)의 인생 곳곳에 존재한 성차별적 요소를 현실감 있게 묘사할 수 있었다.

조 작가는 "특별한 주인공이 겪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보통의 누구나가 겼는 흔한 일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평범한 여성들은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라는 걸 기록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인공을 1982년생으로 설정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의료 기술이 발전해 뱃속 태아의 성별을 감별할 수 있게 된 1980년대는 암암리에 여아 낙태 시술이 이뤄졌고, 때문에 성비가 제일 불균형했던 때다. 그리고 그 당시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됐을 때에는 보육시설이 발달해 '아이를 어린이 집에 맡긴 젊은 엄마'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였다. 조 작가는 딸로 태어나 겪는 차별과 소외감은 누구나 비슷했을 것이라며, 독자들의 주인공에 대한 공감이 소설이 인기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가 예스24 여름 문학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소설 속 에피소드들은 무척이나 사실적이다. 어린 시절을 거쳐 학창 시절, 회사 생활, 결혼, 육아 생활에 이르기까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살면서 어딘가 미심쩍고,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시대 아닐까요? 긴 세월동안 페미니즘을 소재로 한 책들은 많았어요. 각 시대별로 고민하는 이슈들이 있었을 거예요. 저는 지금 현재의 이슈를 담으려고 애썼어요. 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작가'라고 정체화하지 않을 거지만, 앞으로 제가 쓸 소설에서 그런 이슈들을 다룬다면, 좀 더 예민하고 깊이 있게 쓸 것 같아요. 좀 더 긴장하고 자각하면서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페미니스트 작가라는 타이틀에 큰 부담은 느끼지 않으려고 해요."

'82년생 김지영'이 '2017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데 이어 조 작가는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꼽혔다. 현재 여성 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릴 정도로 작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조 작가는 "'저 사람은 페미니스트야. 페미니즘적인 발언을 해'라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면서 "다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강연을 제외하고)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페미니즘 운동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움직임이나 운동들은 한 가지 모습만 갖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죠.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표현방식이 존재하는 게 정상이고, 그런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더 많이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하고 있는 페미니즘 운동의 방식이 공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검은 옷을 입고 '몰카 찍지 말아라, 때리지 말아라'라고 주장하는 게 전부인데 이 정도면 굉장히 온건한 편 아닌가요?(웃음)"

조남주 작가/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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