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분식회계 논란에도 투자의견 '중립'…증권사 '매도 보고서' 기..

KAI 분식회계 논란에도 투자의견 '중립'…증권사 '매도 보고서' 기피증

최종수정 : 2017-08-07 16:15:10

최근 한국항공우주(KAI)의 방산비리 및 분식회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여전히 보고서를 통해 '매수' 혹은 '중립' 의견을 밝혀오고 있다.

국내 증권 시장에서 '중립'이나 '보유' 의견은 사실상 '매도' 의견과 다름 아니라는 게 업계 견해지만, 증권사를 신뢰하고 KAI 주식을 매수하거나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증권사의 매도 기피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KAI는 연 초 이후 40.72% 하락한 4만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방산비리 논란이 불거진 지난 달 17일 이후 3주 동안에만 19.80% 하락했다. 시가총액 2조7391억원이 날아가는 동안 증권사들은 단 한건의 '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 달 18일에도 증권사들은 '매수' 보고서를 냈다.

하이투자증권은 "검찰 조사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지금을 매수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목표가를 7만원으로 제시했다. 원가조작을 통한 개발비 편취 혐의와 관련해 KAI의 본사와 서울사무소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애널리스트들은 주식을 사라는 보고서를 낸 것이다.

지난 2일에는 KAI의 분식회계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주가가 폭락했지만 아직까지 증권사들의 매도 보고서는 전무(全無)하다. 분식회계가 사실로 밝혀지면 KAI에 대한 주식거래는 정지되고 사건의 경중에 따라 상장적격성 심사까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의 '매도' 보고서 기피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7월 16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관들이 하루만에 760만주를 팔아치우며 이탈하는 동안에도 증권사들은 '매도'가 아닌 '중립'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확대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후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할 계획은 밝힌 7월23일 유진투자증권이 첫 '매도' 보고서를 내놨다. 연 초이후로는 단 한 건의 매수 혹은 중립 보고서는 발간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상장 2개월 만에 거래 정지 처분을 받은 중국고섬 역시 거래정지 바로 직전인 3월 15일에 매수 보고서가 나왔다. 이후 중국고섬은 상장폐지됐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성에 관한 우려는 10년 전부터 제기됐다. 2009년 금융감독원은 '애널리스트 윤리 기준 수립'을 통해 매수 일색의 보고서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당시 외국계 증권사들이 자사의 보고서마다 회사 전체의 추천 비중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덕분에 매도 의견 빈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시행한 지 2년이 넘었지만 매도 보고서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국내 28개 증권사들이 낸 보고서의 '매도'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87.7%가 매수의견의 보고서였고, 12.1%가 중립 보고서였다. 같은 기간 홍콩 CLSA가 35%의 매도 보고서를 낸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天壤之差)다.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는 이유는 기업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에 전망이 좋지 않다고 주식을 팔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면 기업이 애널리스트의 회사 출입을 꺼려하거나 정보를 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기업 상장, 인수합병(M&A) 등 기업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매도 보고서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기업들의 갑질을 제보할 수 있는 신고센터를 설치했지만 신고 접수 사례는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남은 해법은 증권사들의 자체적인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강제성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 내 증권사에서 제시하는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 괴리율을 보고서에 의무 기재하게 한다던가, 증권사 내부적으로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목표주가 변동, 투자의견 변경, 주가괴리율의 적정성 등을 따져보는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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