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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어느 여름날의 춤추는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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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언론인·세태평론가

 


울창한 가로수의 잎들 사이로 여우볕이 들었다. 햇빛에 찰랑대는 잎 물결이 눈부시다. 현란하게 춤추는 것 같다. 바람 부는 가락에 따라 춤추는 수채화! 이 여름날, 시골의 가로수는 이렇게 리드미컬한 풍경을 담아내며 길손들을 맞는다. 꼬불꼬불 굽이치는 그 춤추는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정겹다. 풋풋한 풀내음이며, 상큼한 꽃내음이며, 풀풀거리는 흙내음은 덤이다. 그러나 도심의 가로수들은 이런 풍경이 아니다. 찌든 공해를 털어내려 몸부림치듯 춤추고 있다.

만약 사람에게 음악과 춤이 없다면 어찌 되었을까? 문득 이런 물음표를 달게 되는 건 비단 찌든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도심 가로수의 춤 때문만은 아니다. 한 인기드라마에 작열하는 신혼부부의 춤이 그랬다. 그들은 스트레스를 푸는 해법이 막춤에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있었던 거다. 댓바람부터 날아든 스트레스! 그들은 신나는 음악을 틀더니,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막춤을 추는 장면은 신선하다. 그들의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걸렸고, 출근길 발걸음은 경쾌했다.

축 처진 입 꼬리를 올려놓는 음악과 춤. 이런 흥겨움이 없었더라면 세상 풍경은 과연 어땠을까? 음악과 춤이 있어도 이토록 메마른데, 그런 상상만으로도 가슴 밑바닥은 바싹 마른다. 세상은 각박하고, 으르렁대는 군상들이 득실거릴 거다. 음악과 춤으로 다스려온 울화는 길을 헤매며 배회할 거다. 넓게는 지구촌 언어들이 하나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감대가 사라지고 만다. 그러고 보니 형언할 수 없는 운율과 율동의 표현들이 삶을 따스하게, 넉넉하게 해주었구나.

번잡한 도심 거리에서, 전동차 안에서, 버스 안에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젊은이들을 보라. 더러는 가락에 맞춰 발장단을 친다. 때론 어깨를 들썩이곤 한다. 공공장소에서 저 정도면 마음은 땀을 흘리며 정열적으로 흔들어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원색적 체면을 덜어주기 위해 등장한 게 나이트클럽과 노래방일 것이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왜 춤을 추게 되는 걸까? 아니, 사람들은 그 흥겨움을 춤으로 표출하지 않으면 왜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걸까?

이런 우문에 인체과학자들이 어떤 해석을 내놓든 분명한 경험칙은 있다. 음악을 듣고, 벅차오르는 그 흥을 춤이라는 언어로 표출하다보면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 기쁘면 웃고, 슬프면 눈물을 흘리듯이, 쌓인 스트레스가 손으로, 다리로, 엉덩이를 통해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삶의 애환과 한을 속에 담아 두지 않았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거문고를 타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살풀이 굿판을 벌여서라도 스트레스를 풀었다.

춤은 왜 하필이면 상대방이 다 알아보도록 몸짓으로 표출되는 걸까?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생리적 감정 표현으로 봐야 하는 걸까? 분명한 건 춤에는 자신의 기분을 알아달라는 본능이 꿈틀거린다는 사실이다. 사랑, 기쁨, 슬픔, 즐거움, 우울함, 스트레스 등을 커튼으로 가린 언어들이 춤춘다. 가슴 한 켠에서 혼자 웅크린 채 콩닥콩닥 그치기엔 너무 답답한 것이다. 그 표현이 정제되지 않고 분출되는 게 막춤이다. 그래서 혹자는 가장 솔직한 춤이 막춤이라고 했더랬다.

요즘 우리네 어른들은 이런 춤의 감정 표현을 억누르고 산다. 가슴 뛰는 감성을 체통이라는 단단한 프레임에 욱여넣어 스스로 무디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밭에서 신선한 젊음을 싹 틔운다는 건 어렵다. 춤이라고 해서 유별난 동작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모든 동작은 춤이다. 기지개를 켜고, 크게 활보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다. 소소한 것에도 경이로움을 느끼고, 그 감흥을 노래하고 어깨춤이라도 덩실덩실 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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