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감받은 빚조차 갚기 힘들다"..다시 신불자 신세

"탕감받은 빚조차 갚기 힘들다"..다시 신불자 신세

최종수정 : 2017-07-12 11:03:50

[!{IMG::20170712000035.jpg::C::480::저신용 등급별 구제프로그램 등록 대상자

자료=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여성 김○○씨(53)는 요즘 주름살이 하나 더 늘었다. 지난 2013년 빚 400만원 중 50%를 감면받아 5년간 매달 4만원 가량을 갚아나가기로 정부와 계약했지만 요즘 돈 갚기가 빠듯하다. 김씨는 "지하철 요금 1250원도 아끼려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닌다. 월세도 두 달이나 밀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편과 이혼한 채 건물 청소일을 하면서 딸과 생활하고 있다. 딸이 대학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제 밥값은 하지만, 김씨가 받는 130만여 원의 월급으로 생활비와 월세 내기가 빠듯해지면서 빚이 쌓이기 시작했다. 김 씨는 신용등급이 낮아 결국 대부업체를 찾았다. 연 30%에 달하는 고금리를 감당하기 힘든 그에게 대부업체의 추심은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국민행복기금 등으로 체무 감면을 받은 후에도 적잖은 사람들이 생활고로 또 다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이들은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사회생활 마저 힘겹다.

전문가들은 "채무탕감을 '도덕적 해이'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특히 이들이 경제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 등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날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채무탕감 어떻게 할것인가?'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정부의 빚 탕감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성실 상환자들에게 상실감과 위화감을 줄 수 있다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채무상환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취약계층에 대해서 최소한의 사회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국민행복기금 장기연체 채권 현황'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민행복기금이 관리하는 1000만 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 잔액은 4조4848억 원이며, 채무자는 123만3000여 명에 달했다.

2013년 국민행복기금 출범 후 4년 만에 58만1000명의 채무조정을 지원했다. 하지만 빚 탕감을 받은 사람 가운데 10만6000명(약 20%)은 이후 3개월 이상 연체해 다시 채무불이행자가 됐다.

빚은 삶 자체를 힘겹게 한다.

국민행복기금으로 빚 1000만원 중 절반을 탕감받고 잘 버텨오던 박가난 씨(가명·61). 그는 올 여름이 유난히 힘겹다. 폐지 줍는 일 외에 마땅한 돈벌이가 없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제때 돈을 갚지 못해 기금 지원대상에서 탈락했고, 생활비 때문에 진 은행 카드빚이 연체로 두 배 이상 불어나면서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박 씨는 "경기가 어려워서 일용직 일자리도 구하기 어렵다"며 "장바구니 물가와 생활비는 계속 오르는데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박씨처럼 적잖은 사람들이 빚의 굴레에 갇혀 있다. 정부가 나서 빚을 줄여주고 있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서민들은 다시금 '빚의 악순환'에 내몰리고 있는 것.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각 금융회사에서 제출받은 '금융권 특수채권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증권·대부업 제외)의 1회 이상 소멸시효가 연장된 채권은 8조2085억원에 달했다. 전체 연체채권 금액(20조1542억원)의 40.7%다. 차주(돈을 빌린 이) 수도 37만5442명이나 된다. 소멸시효가 3번 이상 연장돼 연체 발생일로부터 25년 이상 된 채권, 즉 최소 1992년 이전에 발생한 연체채권도 725억원(차주 3457명)이었다.

은행들이 지난해 '빚독촉 연장전(소멸시효 연정)'을 편 대상만 3만9695명(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자료, 9470억 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도 1만5459명, 원리금 3143억 원 소멸시효가 연장됐다. 연간으로 따지면 6만명, 1조 원을 넘는 규모다.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은 "채무탕감의 문제는 '도덕적 해이'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윤리의식의 문제다"면서 "특히 신용등급이 급격히 하락하는 젊은 층에 대해 우선적으로 빚 탕감정책을 적용, 미래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실 상환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개선 및 홍보 ▲서민을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채무탕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적 시스템 구축▲금융회사 등이 보유한 '자연채무' 소멸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DI 정책대학원 유종일 교수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과는 별도로 금융권이 특수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분이나 부실채권 시장에서 돌아다니는 부분 등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금융복지상담과 연계해 채무자들이 기본적인 금융 지식을 갖추고 경제적으로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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