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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61) 팩트체크

[김민의 탕탕평평] (61) 팩트체크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동시통역사,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지난 미국 대선 무렵부터 '팩트체크' 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사실 여부를 체크한다는 의미이다. 필자 역시 당시 미국 대선 방송을 하면서 그 단어를 자주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얼마나 거짓이 난무하면 대선에서조차 '팩트체크'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나. 지난 우리 대선에서도 처음으로 '팩트체크'가 도입되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에서 누구의 말이 참이고 거짓인지 국민에게 후보자를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에 그 목적이 있었다.

아무리 '알아도 모르는 척' , '몰라도 아는 척' 해야 하는 것이 정치라지만,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 사람을 쉽게 믿고, 진실하게 대하면 오히려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인생이 그렇고 정치판은 더 하다.

상식적으로는 그게 선(善)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바보가 되는 세상이 맞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도 그러한데 특히 정치판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서로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세상. 서로가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불신을 가지고 응대해야만 하는 그런 세상이다. 입이 있어도 음식과 물을 섭취하는 용도 외에는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필자는 자주 한다.

직업상 말을 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부터인가 점점 듣기만 하는 것이 편하다. 어차피 내가 상대에게 진실을 얘기해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오죽하면 요즘은 상대의 말에 진실여부를 확인할 때 '사실인가'도 아닌 '실화인가'라는 표현으로 대체되겠는가. 웃기는 하지만 재미는 없다.

필자는 사람을 잘 믿는 편이다. 어릴 때는 그것이 칭찬의 이유였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그로 인해 적잖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 점점 세상을 알아가고는 있지만, 가족이나 절친한 관계의 사람들에게 그러지 않는 게 좋겠다는 충고를 종종 듣곤 한다.

대체 어디까지 내 자신을 오픈하고 소통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객관적인 기준은 없기에 그 정도와 관계설정에 있어서 애매하고 난감할 때가 있다. 뭘 그렇게 감추고 속이고 싶은 게 많은 것일까. 차라리 조금은 당돌하고 당차보이더라도 솔직담백한 것이 스스로도 당당할 수 있고 오히려 속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모두가 자신의 얘기는 다 진실이고 꾸밈이 없다고 하면서, 기본적으로 상대에게는 불신과 의심어린 눈초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서로가 말이다. 자신의 그런 마음과 태도를 상대방도 뻔히 읽고 있는데, 서로들 모르는 줄 안다. 그냥 웃음만 나온다.

선배가 후배에게 진실을 가장한 조언을 하면서 사실은 후배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세상이다. 여성들보다도 남성들 사이에서 좀 더 유난하다. 기본적으로 아래 사람에 대한 너그러움과 배려와 사랑이 없으면, 그것은 조언도 아니고 그냥 속 좁은 선배로서의 볼썽사나운 행실에 불과하다. 상대로 하여금 아무런 존경과 애정을 이끌어낼 수가 없다. 상대도 바보가 아니니까 당연한 일이다.

하다하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거짓이 진실보다 더 진실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참'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 수단이 특별히 없기 때문에 각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어떤 가치와 모양으로 살아갈 것인지 역시 각자의 몫이다. 적어도 각자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줄 아는 정도만 되어도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진실한 사람이 인정받고 대접받는 세상. '팩트(fact)체크'가 아니라, '라이(lie)체크'가 필요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것은 정상적으로 평가받아야 하고, 비정상적인 것은 반성과 개선의 방향이 정해져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남에 대해 평가하고 근거 없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자신의 모습이 타인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도의적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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