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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정책

"투자할 곳 못찾아"… 투자 대기자금, 기업 현금 보유늘어

"화폐 유통속도 뚝…유동성 함정 빠지나" "기업들 몸 사리고 투자 안한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수신금리는 순수 저축성예금(신규취금액 기준)



"최근 집값 급등은 투기 수요 때문이며, 6·19 대책은 이들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다.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취임 일성으로 부동산 투기세력에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하지만 불붙은 부동산 열기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6월 거래량(25일 기준 1만 589건)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마땅히 투자할 곳 없는 큰 손들이 부동산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5월 기준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주택 거래는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6%, -1.7%로 감소한 반면, 5주택 이상 소유는 7.5%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 그들만의 얘기다. 시중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발이 묶인 자금(단기 부동자금)이 1000조원에 달한다.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시중에 풀린 돈은 늘었으나 개인들은 돈을 벌어도 쓰지 않고, 기업들도 이익을 얻어도 사내에 쌓아두고 있다. 부동산 구매나 금융시장 투자도 '강남 큰 손'들의 얘기다.

대한민국 경제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에만 돈 몰린다? 떠도는 돈 958조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이달 25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만589건으로 일평균 423.6건이 신고됐다. 이는 종전 6월 거래량으로는 사상 최대치인 지난해 6월(1만1492건)의 일평균 거래량인 383건보다 40건 이상 많은 것이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서울 아파트 6월 한 달 거래량은 1만2000건을 훌쩍 넘어서며 2007년 실거래가 조사 이후 6월 거래량으로 최대 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주택거래량도 활발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1만8665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5월(1만9217건)에 비해서는 여전히 2.9% 모자라지만 전월보다는 25.7%, 5년 평균치 대비 30.0%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실물 경제에서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경기도 소재 휴대폰 부품 업체 A사. 지난해 거래 은행들에서 5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았다. 이자가 싼데다 거래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쌓기 위해 재정 상태가 좋은 A사에 간곡하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정국 등으로 내수는 얼어붙고, 수출 경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A사는 결국 원자재 구매 규모를 줄이고, 생산설비 증설 계획도 포기했다. 은행에서 빌린 돈은 고스란히 '데드머니'가 되고 말았다. 돈을 갚으려 해도 "사정 좀 봐달라"는 부탁에 수십억 원의 헛돈이 그대로 통장에 쌓여 있다.

A사 한 곳의 얘기만은 아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단기부동자금은 958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난 5월 단기 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자도 많지 않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는 가계와 기업이 늘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각종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의 '돈맥경화' 현상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중앙은행에 의해 풀린 자금이 경제 전반에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통화승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0년 24배 수준이던 '통화승수'는 지난해 12월 16.44배로 떨어졌다.

돈이 얼마나 빨리 도는지를 나타내는 '통화유통속도'는 지난해 말 0.699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금은행의 예금회전율은 1분기 기준 16.4회에 그쳤다. 지난해 말 20.9회 보다 더 떨어졌다. 예금회전율은 기업이나 개인이 투자 및 소비 등을 위해 예금을 찾은 횟수로, 돈의 유통속도를 나타낸다. 예금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예금자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돈을 은행에 묻어두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주식 등 자산시장에 '디플레 전주곡'?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자본시장연구원 표영선 연구원은 "법인형 MMF의 증가와 함께 최근 부동자금 증가분의 상당 부문은 기업들의 현금보유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700조 원에 달한다. 이는 정부 1년 예산인 400조 원의 2배 가까운 금액이다.

경기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전망치는 99.1을 기록해 전월 대비 7.4 높아졌다. 그러나 작년 6월부터 13개월째 기준치 100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투자 부진으로 이어진다. 기업들이 지난해 조달한 자금은 68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기업 자금조달은 2011년 118조4000억원, 2014년 87조4000억원 등 매년 감소세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형편도 안된다. 중간금융지주법이 국회에 떠돌면서 기업이 지배구조 개편이나 M&A 등에 적극 나설 형편이 안된다. 삼성이 지주회사를 포기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 있다.

개미들도 증시 주변만 걷돈다. 투자처도 초단타 상품이 많다.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23일 기준 124조4808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110조8775억원)대비 1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적극적 투자를 하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단기 상품에 돈을 넣어두고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

화폐유통속도가 낮아지면서 우리 경제에도 '마른장마'가 오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나온다. 국민과 기업잇 돈을 움켜쥐고 쓰지 않다보면 돈이 시중에서 돌지 않게 되고, 경제는 더 나빠지는 '유동성 함정'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경제 전문가는 "자칫 유동성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면서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실물지표 추이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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