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한의 시시일각] 베니스비엔날레와 동네미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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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베니스비엔날레와 동네미술제

최종수정 : 2017-06-25 12:43:37

[홍경한의 시시일각] 베니스비엔날레와 동네미술제

홍경한 강원국제비엔날레 초대 예술총감독 강원국제미술전람회민속예술축전조직위
▲ 홍경한 강원국제비엔날레 초대 예술총감독 /강원국제미술전람회민속예술축전조직위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는 현재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5.13~11.26)가 한창이다. 전시를 보기 위한 미술인들의 대이동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베니스비엔날레를 돌아 본 필자도 그 중 한 명이다. 하루에 20킬로미터 이상을 걸어야했을 정도로 고된 여정이었으나, 예전엔 잘 보이지 않던 특징들을 보다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건 나름의 수확이었다.

1895년 이탈리아 국왕 부처의 제25회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베니스 시(市)가 창설한 베니스비엔날레는 120년이 넘는 역사만큼이나 다양하고 오래된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과거 파리박람회의 운영 방식을 차용해 국가관과 주제전(현대미술전)이 양립한다는 점이다. 1960년대 중단됐다 1986년 부활한 수상제도 역시 여타 비엔날레와의 차이다.

1907년 이후 10만평에 달하는 카스텔로 공원(Giardini di Castello) 내에 둥지를 튼 영구국가관과 수상제도는 국가 경제력에 의한 '반(反)예술평등'을 자극하고 '미술이 올림픽이냐'는 비아냥거림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각 문화예술 강국을 중심으로 한 미술흐름과 경향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을 동시에 지닌다. 미술의 순수성을 설파하는 듯싶지만 사실상 정치와 자본, 권력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국가관이 내재한 흥미로운 지점이다.

반면 총감독의 예술적 지향점에 의해 자유롭게 전개되는 주제전(장소는 폐공장인 아르세날레(Arsenale)로, 이곳에도 국가관이 있다. 영구국가관에 터를 잡지 못한 국가들이다)에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예술적 필요들을 전략적으로 보여준다. 지역에서 방귀깨나 뀐다는 인사들의 참견이나, 지자체의 예산으로 지역에서 열리니 주제, 수준 고려 없이 지역 작가들을 무조건 참여시켜야 한다는 한국식 억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인종을 넘어 오로지 동시대미술이 언급해야 할 이슈는 무엇인지가 핵심이다.

베니스비엔날레의 두 번째 특징은 재정의 30%를 개인 스폰서가 후원한다는 사실이다. 거의 100% 국민세금(국비와 도비, 시비)으로 치러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문화예술에 대한 기부가 일상화된 유럽에선 충분히 가능한 현상이다. 후원자들은 미술에 대한 지원을 기업과 가문의 자랑으로 여기며 국민들은 그들을 사회적 존경의 척도로 삼는다. 나머지 70%는 일반기금과 자산이익금으로 조달된다.

베니스비엔날레의 세 번째 특징은 비엔날레를 하는지 마는지 시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비엔날레가 열리면 도시전체가 미술관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비엔날레 개막과 더불어 도시에는 수십여 개의 위성전시들이 개최되고, 베니스 운하를 포함해 400여개가 넘는 다리 사이사이, 거리와 옛 건축물 곳곳에서도 제한 없는 예술행위들이 펼쳐진다.

베니스비엔날레 네 번째 특징은 현대미술의 변화를 상징하고 공인하는 무대라는 것에 있다. 일례로 베니스비엔날레 설립 당시 주요 목적은 시장 창출이었지만, 미술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1960년대 말 상업성은 완전히 배제됐다. 비엔날레에 곁가지로 페어를 갖다 붙여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나라와는 반대다.

예술의 역할에 대한 자문도 베니스비엔날레를 특징짓는 요인이다. 베니스비엔날레는 1972년부터 주제전을 시행하며 인류 공통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칠레의 자유회복과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독재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전시자체를 통째로 헌정한 1974년 비엔날레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예술이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지자체장의 정치적 성과주의 혹은 지역 미술인들의 헤게모니 장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보편적 참여주의를 내세우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몫을 챙기기에 급급한 소수 문화 권력자들의 그릇된 양태도 녹아 있다.

어쨌든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눈에 띄는 위 몇몇 가지는 베니스비엔날레가 '상파울루비엔날레', '휘트니비엔날레', '카셀도쿠멘타'와 함께 세계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한 배경이다. 완전하진 않아도 15세기 이후 다소 부진했던 문화예술 강국으로서의 이탈리아를 재조명하게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한편 베니스비엔날레의 역사는 우리에게 비엔날레의 조타가 어떤 방향으로 맞춰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나침반과 같다. 만약 그 검증된 나침반 위에 우리만의 성격을 얹힌다면 한국의 비엔날레들도 세계 속 문화예술의 리더로 위치하는 게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물론 비엔날레를 한낱 '동네미술제'로 이해하는 이들에겐 백번 말해봐야 소용없기 일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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