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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창간15주년] 응답하라 2017-지하철 주요 역으로 살펴본 대한민국

노량진 역사 근처 학원가. / 김나인 기자



서울지하철은 1974년 8월15일 청량리~서울역 구간에서 첫 선을 보였다. 30여년 만에 서울시내 하루 유동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1000여만명을 실어 나르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지하철이 '서민의 발'로 불리는 이유다.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길부터 술에 취해 비틀대는 퇴근길 풍경까지 서민들의 애환, 희로애락을 싣고 달린다.

지하철이 서민의 발이라면, 지하철 1~9호선 307개 역사는 동맥이다. 곳곳에서 국민들의 삶을 관통한다. 2030세대 청년층부터 7080세대 노년층까지 자주 가는 역사의 맥을 짚어봤다.

노량진 컵밥 거리. / 김나인 기자



◆'희망' 품은 2030세대의 노량진역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은 25만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들의 꿈과 희망이 잔존해 있는 역사다. 노량진역사에서는 무거운 백팩을 짊어 매고 책과 파일을 옆구리에 낀 공시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공시족뿐 아니라 대기업이나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수도 부쩍 늘었다.

노량진역 근처에서 10년째 컵밥 가게를 운영하는 김수진(46·가명)씨는 "점심부터 새벽 4시까지 가게를 운영하는데 새벽에도 공부에 열을 올리는 공시생들이 허기를 달래러 많이 찾는다"며 "학생들만 있으면 언제까지고 장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새 노량진역 최대 이슈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 부문 일자리 개혁이다. 노량진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이대한(57·가명)씨는 "뉴스에서는 공공일자리 늘린다고 해서 노량진 들썩인다고 하는데 아직은 실감이 안난다"며 "그래도 학생들의 기대감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으로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노량진역 근처에서 2년째 스터디를 하는 윤미나(29·가명)씨는 "정규직 하려고 그간 비정규직 안했던 건데 허탈하다"라며 "비정규직 제로화 때문에 신입 안 뽑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국전력 등 공기업 지원을 목표로 하는 윤씨는 올해 상반기에만 76개의 지원서를 썼다.

윤씨는 "그래도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희망을 가지고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량진역뿐 아니라 신촌, 홍대, 건대, 강남역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는 취준생들을 위한 그룹 스터디 룸이 수십~수백여 곳 분포돼 있다.

여의도역 근처 빌딩숲. / 김나인 기자



◆'인생 황금기'의 3040 오가는 여의도역

지하철 5·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은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종일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이 오가는 곳이다. 여의도역에는 금융권, 각종 기관, 증권사 등 한국 사회와 자본을 움직이는 국가 경제의 '허리'인 30대부터 40대와 50대가 몰린다.

여의도역 근처 외국계 IT 기업에 다니는 40대 윤모씨는 "얼마 전에 육아휴직을 신청해 내달부터는 육아에 몰두할 계획"이라며 "아직까지 외국계 기업에서도 남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하긴 어려운 분위기다. 일반 기업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의 유연근무제 도입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시간과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OECD가 집계한 우리나라의 일·가정양립지수는 5.0점이다. 3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낮은 곳은 터키(0.0), 멕시코(2.1) 등 2개국에 불과했다.

여의도역뿐 아니라 강남역, 구로역, 광화문역 등 회사가 몰려있는 역사 주변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기로 유명하다. 잦은 야근과 업무로 '저녁 없는 삶'을 밥 먹듯 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칼퇴근법' 도입 등 근로시간 단축 공약을 발표했지만 기업과의 온도차로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종로3가역 부근 탑골공원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노인들. / 김나인 기자



◆'인생의 황혼' 보내는 7080의 종로3가역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내려 1번 출구 도보 7분 내외에는 탑골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3·1만세 운동의 발상지인 탑골공원은 오늘날 7080세대들의 온상지가 됐다. 대부분이 퇴직하고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은퇴연령층이다.

탑골공원에는 평일임에도 노인 몇십명이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일 보는 듯 자연스럽게 입구에 들어서는 친구를 환영하는 노인들도 대다수였다.

새하얀 모시옷에 흰 모자를 쓰고 친구를 기다리던 김은덕(69·가명)씨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후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은퇴한 지 10년이 넘도록 일자리가 없어 중국으로 건너가 보따리 장사를 하며 하루에 40㎏의 짐을 짊어 매고 다니기도 했다"며 "박정희 시절에는 일자리가 많았는데 나라가 바뀌어 노인들이 먹고 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 소득 실태는 열악한 수준이다.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의 세계노인복지지표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점수는 44점으로 96개국 중 60위를 기록했다.

노인 복지도 화두로 떠올랐다. 탑골공원을 산책하던 이현섭(69·가명)씨는 "퇴직하고 혼자산 지 20여년이 넘었다"며 "무릎이 안 좋아 집 근처 탑골공원을 자주 산책한다. 새 대통령이 노인 복지를 늘리겠다고 했는데 기댈 곳 없는 노인들에게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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