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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살아 숨쉬는 도시 '해방촌', 문화·예술의 핫 플레이스로

해방촌오거리에서 내려다본 해방촌 전경.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좁은 골목길과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벽돌 건물, 지저분하게 얽혀있는 전기줄…. 해방촌오거리에서 둘러본 이 곳의 첫인상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마저 든다. 대도시 서울의 한복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25일 서울 용산구 용산2가동 일대에 위치한 해방촌을 찾았다. 얼마 전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등장하면서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 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질적인 분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으로 최근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해방촌은 본래 해방 후 월남한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작은 마을이다. 70년대에는 니트산업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인구도 2만명을 넘어서는 등 나름 번화했지만 90년대 이후 관련 산업이 쇠퇴하고 각종 개발에서 소외되면서 사람들이 급격하게 빠져나갔고 지역상권도 침체가 이어졌다.

해방촌 신흥시장.



해방촌 니트산업 흥망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 해방촌 중심에 위치한 신흥시장이다. 과거 지역의 쇼핑명소였던 신흥시장이지만 지금은 곳곳에 빈 점포가 눈에 띈다. 슬레이트로 천정을 듬성듬성 막아놓은 탓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 대낮임에도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러나 몇 걸음 더 걸어가자 주위 분위기와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기자기한 공방과 카페들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과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난 기둥 옆에 세련된 인테리어의 가게들이 모여있다. 쉽게 보기 힘든 언밸런스한 분위기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눈을 떼지 못했다.

2~3년 전부터 이곳 신흥시장에는 낮은 임대료를 찾아 떠나온 젊은 예술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해방촌은 서울 주요 번화가인 이태원과 가까우면서도 경리단길이나 한남동 등지보다 임대료가 싸다.

신흥시장 내 자리잡은 공방.



젊은층이 유입되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 SNS를 통해 해방촌만의 독특한 분위기의 가게들이 알려지면서 상권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유명 방송인 노홍철도 이곳에 독립서점을 차렸으며 해방촌 루프탑 카페로 유명한 '오리올' 역시 과거 음식점이었다가 오랜 기간 빈 점포로 방치됐던 곳이다.

소외된 슬럼가였던 해방촌이 어느새 문화·예술이 융합한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날 신흥시장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씨는 "블로그를 보고 해방촌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찾아왔다"며 "인테리어 소품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라 이곳에 있는 공방에 자주 들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해방촌의 변화는 지역주민들과 젊은 창업자에 의해 자생적으로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해방촌은 2015년 3월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지역주민들과의 현장 접점을 늘리기 위해 해방촌에 도시재생지원센터의 문을 열었고 주민들도 투표로 구성된 주민협의체를 구축하며 도시재생과 지역문화 재창조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말에는 신흥시장 건물 및 토지 소유주들이 모여 6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임대료가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상권이 다시 무너져 내리고 있는 홍대·상수 등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해방촌 도시재생센터 관계자는 "신흥시장의 임차인들은 대부분 소규모 공방을 운영하는 예술가나 임대료 압박으로 밀려온 젊은 창업인들"이라며 "임대료가 동결되면서 해방촌의 도시재생 사업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해방촌의 변화에 힘을 더욱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해방촌에 대한 도시재생시범사업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신흥시장 활성화와 공방·니트산업 지원, 주민공동이용시설 조성, 공동체 규약 마련 등이 골자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5년간 최소 1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신흥시장은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고 인프라를 개선해 '아트마켓'으로 만든다. 관광객들이 찾아오도록 경리단길과 이어지는 해방촌 테마가로와 남산가는 골목길, 108계단에서 신흥시장 거쳐 남산으로 연결되는 역사문화탐방로 등도 새롭게 조성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주민과 함께 상생하는 해방촌의 변화가 서울시 도시재생의 모범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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