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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작가를 만나다] '찬란하게 47년' 홍석천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홍석천/메트로 손진영



[작가를 만나다] '찬란하게 47년' 홍석천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 그럼에도 '이 사람만큼은 미워할 수 없지'에서 '이 사람'에 해당하는 홍석천이 에세이 '찬란하게 47년'을 써냈다. 커밍아웃부터 이태원 요식업 1인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의 뒤에서 항상 응원해주던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홍석천의 삶이 담긴 책이다.

최근 저자 인터뷰를 위해 이태원에 위치한 '마이스카이'에서 홍석천을 만났다. 첫 만남에 "뭣 좀 먹었느냐"며 식당의 인기 메뉴 '부르스게타'를 내주는 살뜰함과 함께 인터뷰는 시작됐다.

"2015년이 커밍아웃을 한지 딱 15주년이 되는 해였어요. 당시 인권운동을 함께 했던 동생들이 15주년을 기념해 의미있는 일을 추진하자(책 출간 등)고 했는데, 바쁜 나날들이 이어져서 무산됐어요. '찬란하게 47년' 출판은 그때 못했던 의미있는 일에 해당하기도 하고, 50살이 되기 전에 하고자 했던 계획 중 하나이기도 해요. 지난해 초가을에 접어들면서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글을 썼죠."

이 책은 앞서 출판한 '나만의 레스토랑을 디자인하라'(2008)와 '나는 아직도 금지된 사랑에 가슴 설렌다'(2000)와는 성격이 다르다. 무엇보다 진솔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그동안의 홍석천과 그의 가족이 겪었던 심정과 상황들이 자세히 쓰여져있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속내는 있기 마련이지만, 그는 공개하는 쪽을 택했다.

홍석천/메트로 손진영



홍석천은 "개인 SNS를 통해 많은 이들이 고민상담을 요청해온다"며 "가까운 가족한테도 말못할 사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나라고 생각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다. 그들에게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라고 위로를 건네려면 나부터 내 속사정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용기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 인기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으로 큰 인기를 구가하던 당시 그는 과감하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고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냈다. 그리고 현재는 대한민국 유일무이 '탑게이'로 사랑받고 있다. 왜 굳이 십자가를 짊어졌는지 묻자 "그게 홍석천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네덜란드 친구와 교제하고 있었는데, 이미 제 사고는 앞서있던 거죠. '잘못하게 없는데 왜 부끄러워해야 하나? 죽을 때까지 숨겨야 하나?'라는 고민이 시작됐죠. 그리고 더 많이 (돈과 인기)쥐게 되면 스스로 못 놓을 것 같더라고요. 방송 일을 다 잃게 되더라도 다시 출발할 수 있을 때 공개하자고 판단했던 거예요. 초반에는 같은 성 소수자들도 저를 외면했는데, 지금은 '홍석천 씨 때문에 용기를 얻었어요'라며 가게에 쪽지를 써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웃음)"

홍석천은 자살을 결심했다가도 그를 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은 이들 덕분에 책임감도 생겼다. 과거에는 사회에서 낙인 찍혔던 그였지만, 한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지금은 사회가 인정한 사람이 된 일련의 과정을 제시해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홍석천/메트로 손진영



현재 그는 이태원에 11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를 방문했던 날에도 식당 확장 공사중이었다. 홍석천에게 각각의 매장은 '예술 작품'과 다름없다. "사업가들은 프랜차이즈를 내서 수익을 올리라고 말하지만, 공간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에 의미를 둔다"며 "뮤지컬 작품으로 치자면, 가게는 미술과 음악이 깃든 세트장이고, 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배우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들르는 손님들은 관객이다. 이렇게 한 작품이 잘 굴러가면 그걸로 된 것이다"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사업가로도 성공한 그는 두 아이를 둔 가장이기도 하다. 홍석천은 2008년 누나의 자녀, 즉 친조카들을 입양했다. 책에는 입양 후 서운해서 눈물지었던 날들에 대한 에피소드까지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그는 "아이들이 책을 읽었는지 지난 8일 어버이날, 조카들에게 '사랑한다'는 편지와 함께 만년필을 선물받았다"고 쑥스러운 웃음과 함께 자랑을 늘어놨다. 이어 '행복'의 기준은 별게 아닌 것 같다며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누군가가 나를 위해 뭔가를 준비했다는 것 그 자체에 행복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홍석천/메트로 손진영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죠. 그중에서도 이 시대의 모든 청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의지와 열정을 기회가 올 때까지 표현하고, 그 기회가 목전에 왔을 때 잡으라'는 거예요. 연극영화과 재학시절 제 얼굴로 연기 못할 줄 알았어요. 어느 날 교수님이 '조연배우가 스타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어딘가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감독과 작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오디션을 봤어요. 그렇게 만난 작품이 '남자셋 여자셋'이고요.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피력하면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겨요. '네 주제에 그걸 하겠다고?' 라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네가 하고자 했던 게 이거였어? 그러면 이 사람 한번 만나볼래?'하고 목적지로 가는 길을 단축시켜주는 '치트키'같은 사람이 나타날지 어떻게 알겠어요? 의지와 열정을 가지세요. 그리고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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