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인플레이션의 귀환?, 韓경제에 수호천사 될까

착한 인플레이션의 귀환?, 韓경제에 수호천사 될까

최종수정 : 2017-05-18 13:45:50
▲ 자료=국제금융센터, JP모간

#. "이미 미국은 경기 부양책을 최대한도로 쓰면서 인플레이션(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경제 현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적인 재정부양책을 본격화할 경우 달러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강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미칼라 마커슨 SG 경제리서치 부문 글로벌 대표)

치킨 사업자들이 치킨값을 올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갑자기 치킨 판매가 크게 늘어 값을 올리지 않고는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때다. 이렇게 되면 주인은 더 많은 돈을 벌어 사업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도 벌어진다.

치킨의 주 재료인 닭값이 올라 기존 판매가로는 수익을 낼 수 없을 때다. 사업자의 주름살은 늘어난다. 지금도 잘 팔리지 않는데 치킨값을 올린다면 매출이 뚝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치킨 사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가게 문을 닫거나 매장을 축소한 뒤 닭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버티는 것뿐이다.

글로벌 치킨값 상승(인플레이션)이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물가상승이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신흥국 시장이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의 핵심이 재정정책 강화(재정 확대)에 맞춰져 있어 기대감도 크다.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증대시켜 경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것.

◆인플레이션의 귀환?

18일 국제금융센터와 JP모간에 따르면 올해 말 글로벌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국제유가 및 농산물 가격에 따라 2.0~2.7%상승할 전망이다. 글로벌 CPI 상승률은 2015년 1월을 저점 (1.3%)으로 상승세다. 지난달 중국 등 신흥국 식료품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4%로 둔화됐지만 여전히 우상향이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경기가 살아나면서 각국의 제조업도 확장세다. JP모간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내놓은 4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8로 14개월 연속 50을 넘었다. 제조업 PMI는 제조업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웃돌면 경기 확장을 뜻한다.

한국도 인플레이션이션에 들어설 국면이다.

작년 8월 이후 50 밑에 머물러 있지만 PMI도 반등하는 추세다. 4월 PMI는 49.4로 전월(48.4)보다 상승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1.9% 올라 상승추세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2.0%를 기록한 뒤 2월 1.9%, 3월 2.2% 등의 추이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국제유가, 주요국의 경기상황 등 공급 및 수요 측면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국내 물가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왜 인플레이션이 한국경제에 '수호천사'란 말이 나올까.

시장이나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논할 때 주로 상승률을 중시한다. 하지만 향후 시장 방향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원인에 있다. 치킨값이 오른 이유가 치킨 사업자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만큼이나 인플레이션 요인에 따라 결과는 180도 바뀐다. 오직 닭값 때문에 치킨 가격이 오른 것처럼 단순히 원유와 비철금속 등이 급등한 데 따른 인플레이션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생산비용만 늘어나고,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다. 이는 곧 기업에 부담이다. 창고에는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기업들은 실적악화로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 박근혜 정부 말에 국민의 어깨를 짓누른 스태그플레이션이 그 결과다. '나쁜 인플레이션'인 셈이다.

반면 소비가 크게 늘어 산업재와 소비재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며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은 '착한 인플레이션'이다. 기업 실적 개선에 도움을 주고, 다시 투자와 고용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당장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경제에 인플레이션은 수호천사가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536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12월 결산 법인·금융업 제외)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25.34% 늘어난 38조8906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삼성증권이 올해 금융시장의 가장 주목해야 할 화두로 '인플레이션'을 꼽고 '바이 인플레이션(Buy Inflation)'이라는 투자전략을 제시한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JP모간은 경제 강대국의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경제에 '훈풍'을 불게 해 글로벌 명목GDP를 1% 상승시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경제살리는 착한 인플레이션 될까

섣부른 판단을 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아태 지역의 성장 징후가 현재까지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 요인이 여전히 아태 지역에 엄청난 인플레이션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보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장기적으로 생산 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강환구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장은 '인구구조 변화가 인플레이션 장기 추세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매년 평균 0.5%포인트 떨어지면 2020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연 0.01~0.03%포인트 하락한다"고 밝혔다.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은 그동안 꾸준히 상승해 2016년 정점(73.4%)을 찍었다. 올해부터는 하향 곡선을 그려서 2060년엔 49.6%로 떨어지게 된다. 강 실장은 "고령화에 따른 물가하락은 수요관리 정책(기준금리 인하)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개혁 정책을 장기적 시계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회복에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가장 큰 리스크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보호무역 장벽을 하루가 다르게 높이고 있다. 보호무역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들면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디플레 공포가 되살아나면 펀더멘털이 약한 신흥국이 먼저 쓰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수석연구위원과 강중구 연구위원은 '글로벌 리플레이션 현상 진단'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물가 상승률은 하반기로 갈수록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중기적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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