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 : 2017-05-18 06:40:00

국내 기업 역차별…구글 등 '글로벌 IT공룡'만 배불린다

▲ 글로벌 동영상 유튜브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수익모델로 국내에 출시한'유튜브 레드'. / 구글

온라인 동영상 광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구글(유튜브)과 페이스북 등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의 국내 인터넷 망 이용 논란이 뜨겁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콘텐츠 제공업체)사들이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공룡 IT 기업은 이를 회피하고 매출만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망 비용 부담을 두고 협상이 결렬된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은 정부의 조율을 기다리고 있다.

망 이용 문제는 SK브로드밴드 가입자들의 페이스북 접속 장애가 발생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부터 페이스북 접속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해 SKB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에 캐시서버 설치를 요구하면서 비용은 낼 수 없다고 주장해 통신망 협상이 결렬된 직후다.

캐시(Cache)서버는 이용자가 자주 찾는 콘텐츠를 해외 서버에서 가져올 필요 없이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미리 저장해두는 전산 설비다. 캐시 서버는 국내 인터넷 회선을 쓰기 때문에 발생한 트래픽 양에 따라 인터넷 망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 현재 페이스북은 KT에 직접 비용을 내고 캐시서버를 통해 국내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KT망을 거쳐 페이스북 콘텐츠를 받는다.

이는 향후 SK브로드밴드뿐 아니라 LG유플러스, KT 등 국내 통신업계와 CP간 첨예한 이슈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LG유플러스는 SKB와 동일하게 페이스북과 망 사용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내년 7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를 볼모로 잡아 품질을 내리거나 소비자 혜택을 끊으며 입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국내 CP 사업자들도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 만큼 충분한 절차적 정당성 없이 터무니없는 비용을 청구하거나 공짜로 해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콘텐츠 공룡' 유튜브의 경우 이동통신 3사와의 계약을 통해 해외에 있던 캐시서버를 국내에 설치해 통신사들이 지불해야 할 국제구간 중계 접속 비용 부담을 줄여준 대신,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유튜브의 사례를 내세워 망 비용 협상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글로벌 사업자들이 무임승차한 통신망으로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해 국내 이동통신사들에 부담을 안긴다는 것이다. 실제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모바일 트래픽 중 동영상 트래픽이 차지하는 비중은 57.6%에 달한다. 향후 5세대 이동통신(5G)으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영상 콘텐츠 등이 활발해지면 트래픽 급증 문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동영상이 대세이기 때문에 트래픽은 갈수록 더 증가할 것"이라며 "앞으로 VR 영상 콘텐츠도 쏟아질텐데 VR은 일반 영상에 비해 네 배 정도 트래픽이 많아지면 통신사의 부담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부터 '비디오 퍼스트'를 강조하며 동영상을 통한 수익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구글은 이미 '동영상 블랙홀' 유튜브를 통해 국내 동영상 광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료 플랫폼인 '유튜브 레드'를 선보인데 이어 16일에는 유튜브 키즈를 잇따라 출시해 국내 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나섰다.

국내 CP 업체들의 불만도 크다. 국내에 서버가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는 사용자와 콘텐츠가 쌓일수록 늘어나는 트래픽만큼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국내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가 장악하고 있는데 트래픽 이용이 큰 유튜브에서 망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국내 IT 토종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해외에서 데이터 가지고 오는 비용은 외국기업에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외국계 IT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CJ E&M의 디지털 마케팅 계열사 메조미디어가 공개한 '2017 업종분석 리포트'의 '종합 광고비 분석'에 따르면, 동영상 광고비 부문에서 유튜브가 1168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3위에 머문 네이버(456억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동영상 부문을 강화한 페이스북은 1016억원으로 2위에 올라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네이버, 다음 등을 제쳤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외국계 CP가 인터넷 망 업체에 요금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에 관해 법규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역외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를 가한다고 해도 강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외국계 CP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다고 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외국계 CP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페이스북에 대해 정부에서 권한을 행사하고 싶어도 안 들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법적 테두리에 끌고 오지 못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결국은 ISP와 CP 간의 힘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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