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 : 2017-05-17 16:50:12

[문재인의 경제정책⑦] 화력·원자력 대신 청정에너지 키우는 정책, 그 명암은?

▲ 6월 한 달 가동을 멈출 예정인 경남 고성군에 위치한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의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했다. /연합뉴스

2주 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이 중단된다.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6월 한 달 동안 셧다운(가동중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에 따른 것이다.

17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구체적인 전력수급 계획보다 미세먼지 저감 계획과 맞물려 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의 주요 발생원이기에 가동률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셧다운 지시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공약에 대한 세부 로드맵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신정부 에너지 공약으로 줄어드는 전력 설비는?

국내에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는 중부발전 서천화력 1·2호기(400㎿), 남동발전 삼천포화력 1·2호기(1120㎿), 동서발전 호남화력 1·2호기(500㎿), 중부발전 보령화력 1·2호기(1000㎿), 남동발전 영동화력 1·2호기(325㎿) 등 총 10곳(3.3GW)이다. 이 가운데 호남화력 1·2호기는 여수산업단지 전력 수급 불안을 초래할 수 있어 셧다운에서 제외됐다. 석탄에서 바이오매스로 연료를 전환한 영동화력 1·2호기도 셧다운에서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매년 3~6월 이들 화력발전소의 셧다운을 정례화 하는 동시에 임기 내 폐쇄시킬 계획이다. 노후 원자력발전소인 월성 1호기(680㎿)도 함께 폐쇄된다. 추가 건설 계획이 있거나 건설 중이던 석탄화력발전소는 공정률이 10% 미만인 경우 원점에서 재검토,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모두 백지화된다.

건설이 원점 검토되거나 백지화되는 발전소는 한국중부발전 신서천 1호기(1000㎿), 고성하이 1·2호기(2080㎿), 강릉안인 1·2호기(2040㎿), 삼척포스파워 1·2호기(2100㎿), 당진에코파워 1·2호기(2320㎿) 등 석탄화력발전소 9곳과 부지 선정이 완료되지 않은 2기를 비롯한 신고리 5·6호기(2800㎿), 신한울 3·4호기(2800㎿), 천지 1·2호기(3000㎿) 등 원자력발전소 8기가 대상이다. 이들의 발전설비 총량은 14.9GW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르면 국내 총 설비용량 107GW 가운데 약 3.2GW가 줄어들게 된다. 우리나라 혹서기 전력수요가 약 80GW인 것을 감안하면 수요공급에서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다만 발전원별 비중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발전량 비중은 석탄이 36.4%로 가장 높고 원자력 30.7%, 가스화력 20.9%, 대체에너지 3.7%, 수력 1.3% 순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화력과 원자력을 줄인다면 나머지에서 줄어든 만큼의 전력 생산을 충당해야 한다. 정부는 대체에너지와 수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가스화력발전(LNG)에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국내 LNG 발전 용량은 32.6GW이지만 지난해 가동률은 38%에 그쳐 생산한 전력량은 12.38GW 수준이었다. 청와대는 LNG 발전소 가동률을 60%까지 끌어올려 줄어드는 전력량을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이로 인해 연간 600억원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에서 추산한 추가 비용은 더 많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노후 석탄발전소가 전면 가동 중단되고 LNG 발전소로 대체할 경우 연간 3736억~5393억원의 추가 전력구입비가 들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 6월 한 달간 가동이 중단되는 서천화력발전소 바로 옆에 신서천화력발전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신서천화력발전소는 공정률이 20%를 넘어 원점 재검토를 면했다. /연합뉴스

◆늘어나는 전력소비… 10년 뒤 전력대란 발생 가능성도

점차 증가하는 전력소비량에 대한 대비도 시급하다. 2015년 정부가 수립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전력 수요가 연평균 2.1% 증가해 2029년 최대전력 수요는 127GW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 발전설비를 100% 가동하더라도 20GW 정도가 부족해 '블랙아웃'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해당 계획에서는 최대전력 수요를 15.3GW 줄이고 발전설비를 14.9GW 추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적정 예비율은 22%로 설정됐다.

통상, 발전소 건설에는 착공부터 준공까지 석탄화력은 5년, 원자력은 10년이 걸린다. 착공 전 기상 조건과 지진, 위해시설 등 다양한 검토를 거친 부지 선정, 지자체·지역주민 설득과 보상, 부지 매입 등에 걸리는 시간도 5~10년 정도다. 일례로 2010년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당진에코파워는 최종 공사계획인가가 나지 않아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때문에 예정된 발전소 건설을 일괄 백지화할 경우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제때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소 건설 계획을 모두 취소한다면 10년 뒤 전력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계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까지 들어간 건설비용도 문제"라며 "민간사업자가 건설하는 발전소를 정부 정책으로 중단시킨다면 그동안 들인 투자비를 보상해줘야 한다. 이는 발전공기업이 투자한 비용과 함께 전기요금에 반영돼 서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1기 건설에 4조~5조원, 석탄화력발전소는 2조~3조원, LNG발전소는 1조원 정도가 든다.

또 다른 발전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수요예측이 동반된 발전소 건설을 백지화시키기보다는 전력시장제도를 개편해 추가 석탄화력 발전사업자 진입을 막고 친환경 발전사업자 진입을 유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며 "LNG 발전소 가동률을 높이려면 안정적이고 저렴한 LNG 공급선이 필요하다. LNG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러시아 등과 협의해 국내 기업들이 원료를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부분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을 통해 심야전력 활용률을 높이고 최대 전력수요를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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