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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행/레져

[우헌기 터키 자전거 여행] 38일차, 우연이 가져다준 선물

아름다운유산 우헌기 이사장의 기부 마라톤 수기를 메트로신문이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2017.5.4 -> Inegol(96km)

- 소요 시간 : 7시간 25분

- 평균 속도 : 18.8km

감기는 땀을 흘리며 푹 자야 낫는다. 어젯밤 땀 좀 흘리며 잤다. 그래도 약은 먹었다. 햇살이 뜨거워지면 어김없이 바람이 분다. 대개 11시 전후가 되면 불기 시작하고, 오후가 되면 더 강해진다. 그리고 대개 앞바람이다. 바람을 맞지 않으려고 일찍 출발했다. 출발하자마자 곧 언덕이 나타났다. 지루하게 올라간다.

영 속도가 나지 않았다. 왜 속도가 안 날까? 브레이크를 확인했다. 바퀴는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누적된 피로 때문인가, 감기 때문인가, 아니면 긴장이 풀린 탓인가? 다들 조금씩 이유는 될 수 있지만, 가장 큰 건 긴장이 해이해진 탓이리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달렸다. 그런데 너무 빨리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10시 10분 경이다. 이 시각에 운행을 멈추기엔 너무 이르다. 다리도 가벼워졌다. 몸이 풀렸나? 왜 갑자기 자신감이 생기지?

이때부터 힘이 났다. 60km 정도 남았지만, 시간은 충분하니 가는 데까지 가보자. 도로변에 있는 급수대에서 물을 보충했다. 주변 경치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가파르지도 길지도 않은 고개가 나타났다.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올랐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은 정말 길다. 만약 서쪽에서 동쪽으로 간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 것 같다.

12시 반경 휴게소에 들려 차와 요구르트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한 시간 전에 빵을 먹었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80km 정도 온 것 같다. 차를 마시고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리아, 조지아,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노동자들이다.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눈 덮힌 울루산 Ulu D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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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m 정도만 더 가면 목적지다. 충분히 쉰 뒤 출발했다. 목적지 이노궬(Inogol) 10km 전방에 주유소 숙소가 나타났다. 굳이 더 갈 이유가 없다. 내일 갈 길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여기서 쉬기로 하자.

100리라(3만 원)달라고 한다. 턱없이 비싸다. 툭 잘라 50리라로 하자고 했더니 안 된단다. 두말하지 않고 밖으로 나오니 따라 나왔다. 어제 주유소 숙소에서 아침 포함해서 65리라로 했다면서 영수증을 보여줬다. 60리라로 낙찰되었다.

예상치 못 한 긴 내리막 덕분에 엄청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부루사에서 시작했다면 첫날부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다 가지도 못 했을지 모르겠다. 이 코스의 선택은 전적으로 우연이다. '우연'이 가져다준 행운이기에 더욱 고맙다.

어제 자전거 고장을 너무 쉽게 해결했다. 고생 고생 끝에 그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니다. 그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건 우연이다. '우연'이 가져다준 행운이기에 더욱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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