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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행/레져

[우헌기 터키 자전거 여행] 36일차, 성질 먼저 내는 놈이 이긴다?

아름다운유산 우헌기 이사장의 기부 마라톤 수기를 메트로신문이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2017.5.2 -> 쿠타흐야(Kutahya) 90km

호텔 조식이 웬만한 저녁 식사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어제 운동량이 적어 별로 먹지 못 했다. 8시 10분경 출발했다.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아나톨리아 고원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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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평야 지대는 있어야 큰 나라를 지탱할 수 있는 경제력이 생긴다. 궁예가 도읍지로 정한 철원 평야는 위업을 이루기엔 너무 좁다. 오스만 제국이 500년간 세계를 호령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은 광대한 토지 덕분일 것이다. 생산량이 많으니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고, 많은 수의 병력을 유지할 수 있다.

아침에 출발할 때 여느 때처럼 행동식을 준비했었다. 휴게소에 숙소가 있다. 차라도 한 잔 할까 하고 들어갔다가 점심도 먹었다. 남은 빵은 세끼 3마리를 키우는 엄마 개한테 줬다. 너무 말라 젖이나 제대로 나올까 싶다.

블로그 쓰면서 가장 많이 쓴 단어가 바람인 것 같다. 바람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불었다. 앞바람일 때도, 뒷바람일 때도 있고, 때론 옆바람이기도 했다. 오늘은 옆바람과 앞바람이다. 하지만 그리 세지가 않아서 순한 바람이라 이름 지었다.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쿠타흐야.인구 241,000명. 해발고도 9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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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반경 목적지 쿠타흐야에 도착했다. 비가 온 모양이다. 내 자전거가 지저분해졌다. 호텔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려는데, 바닥 더러워진다고 못 들어오게 한다. 막 대리석 바닥을 물걸레질한 뒤니 그럴 수 있겠지만, 손님인 난 아니다. 그냥 돌아 나왔다.

어제 리조트 호텔에 들어갈 때 경비가 호루라기를 불면서 뭐라 뭐라 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때론 이런 대접을 받기도 한다. 두 번째 호텔을 찾을 때, 한 중년에게 힐튼호텔이 너무 비싸다(6만 6천 원)고 했더니 '미디엄' 어쩌고 하면서 한 곳을 안내해줬다. 그런데 이 건 정말 너무 했다. 60년대 여인숙 수준이다. 이 정도로 가난하게 보였나?

나 혼자 성질내고 나온 게 은근히 후회가 되려는데, 마침 좋은 곳을 만났다. 조식 포함 하루에 만 2천 원이다. 9천 원 준 카파도키아 야영장보다 백배 낫다. 오늘이 터키에서 가장 싸게 자는 날이다. 아니 해외여행 중 가장 저렴하다. 건물도 낡았고,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방도 넓고 와이파이도 잘 된다. 뭣보다 물이 뜨거워서 좋다. 옷에 냄새가 많이 나서 빨았다. 웃옷과 양말은 매일 빠는 편이다. 원래 먼저 성질내는 놈이 지는 법인데, 오늘은 성질내고 이겼다.

너무 자만했나 보다. 감기약을 4번만 먹었는데, 콧물이 줄줄줄. 다시 약을 먹었다.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어미와 새끼 세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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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참고 정보

제일 불편한 게 목욕용 이태리 타월 안 가져온 거다. 코털 가위, 면도날과 양말 한 켤레를 샀다. 손톱깎이는 빌려 썼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웃옷이 2개나 있다. 여분으로 운동화를 갖고 왔는데 담엔 겸용으로 운동화 한 켤레만 가져와야겠다. 터키 올 때 먹을 거 가져오는 건 천하의 바보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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