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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행/레져

[우헌기 터키 자전거 여행] 25일차, 내게 이런 행운이

아름다운유산 우헌기 이사장의 기부 마라톤 수기를 메트로신문이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2017.4.21-> 술탄하느(39km)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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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세리 부얀 술탄하느(Kayseri Bunyan Sultanhani)에서 하룻 밤을 보내게 되었다. 카라반사라이를 보는 것만 해도 대단한데, 그곳에서 잠을 다 자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로. 시골 명문가 고택에서 하룻 밤 지낸 것과는 격이 다르다. 이런 행운을 맛보려고 전화기도 물에 빠트리고, 또 콧잔등도 깼나 보다.

힘이 들어 쉬엄쉬엄 밟는데, '술탄하느'(Sultanhani)라는 표시판이 보여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길 반대편 인가 뒤에 카라반사라이 건물이 보였다. 온전하게 복원되었다. 관리인(이름 : $inasi)이 내부를 보여줬다. 반농담으로 여기서 하룻밤 자도 좋으냐고 했더니 '좋다'고 한다. 혹시나 해서 다시 물었다. 역시 같은 대답이다. 물론 손짓 몸짓으로 나누는 대화지만 의사소통엔 큰 무리가 없었다.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대상숙소 건물 안에서 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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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사라이 건물은 2 공간으로 나누어진다. 숙소와 종교 시설이다. 숙소가 있는 공간을 지나면 정문과 똑같은 문을 지나 종교 시설로 들어갈 수 있다. 건물 전체 면적은 내 걸음으로 전면이 80보, 측면이 130보다. 높이는 내 눈대중으로 10m 정도 됨직하다. 정문을 들어서면 중앙에 빈 공간(녹지)이 있다. 빈 공간은 내 걸음으로 43보, 50보로 측면이 약간 더 길다. 빈 공간 가운데에 직사각형의 아름다운 탑이 있다. 탑은 4개의 아치형 기둥이 받치고 있다. 위에 방 하나 있다.

숙소 부분을 보자. 정문이 있는 전면 벽 죄우에 방이 있고, 측면에 회랑이 있다. 좌우 동형이다. 우측 회랑 뒤에는 방이 있지만, 좌측엔 방이 없고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방은 하나짜리와 3개짜리 방 2가지 형태다. 3개 짜리 방에만 방마다 천정에 구멍을 하나씩 뚫어 빛도 들어오고 신선한 공기도 드나들 수 있다.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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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이 옆에 카페가 있다. 동네 바깥어른들의 경로당 구실을 하고 있다. 10여 명이 담배 피우며 마작(?)도 하고,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었다.

준비해 간 점심을 먹고, 사라이 안에 텐트를 쳤다. 관리인에게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필요하다고 하니, 자기가 내일 아침밥(8리라 / 2400원)을 준비할 테니 먹겠느냐고 했다. 당연히 고마운 일이다.

3시경 관리인은 나더러 문 잠그고 자라 하곤 퇴근했다. 살포시 잠이 들었나 보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관리인이 왔다. 아무래도 안심이 안 된 모양이다. 추울지 모른다며 담요 한 장을 가지고 왔다.

푹 쉬어서 체력이 완전히 회복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어제 온 아바노스-카이세리 도로는 좋지 않았다. 갓길이 없고, 포장상태도 나빴다. 하지만 오늘 온 도로는 충분히 넓은 갓길과 완벽한 포장으로 자전거 타기엔 최상이다. 하지만 속도는 영 나지 않았다. 시속 15km도 쉽지 않았다. 바람이 세다. 그러나 옆바람이라 천만다행이다. 내려갈 땐 핸들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셌다.

1,360m 고개를 넘었다. 올라올 때 힘이 많이 들었다. 자전거를 탈 때 언덕을 올라가는 것은 돈을 저축하는 것과 같다. 모을 땐 때론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지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내려갈 때는 올라갈 땐 쓴 힘만큼 얻을 수 있다. 결국 본전인 셈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보상이 따른다. 내리막을 달릴 때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평지만 달리면 편하긴 하지만 금방 싫증이 난다. 오르내리막이 적절히 섞어 있어야 한결 재미가 난다. 이 맛에 자전거를 탄다.

삶도 정녕 이럴텐 데, 우린 늘 편하기만 바란다.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다.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더 그러길 바라겠지...

카이세리의 호텔을 떠날 때 종업원에게 10리라(3천 원)을 팁으로 줬다. 수부에 앉아 있던 사람까지 모두 '와아~'하고 놀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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