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흔들리던 '조선업 메카' 거제·통영, 어두운 터널 나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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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흔들리던 '조선업 메카' 거제·통영, 어두운 터널 나갈 준비 '안간힘'

최종수정 : 2017-05-01 10:21:38
인원구조조정등 '버티기', 조선업 비중 낮추고 '사업 다각화' 모색
경남 거제에 있는 선박 구조물·의장품 제조기업 칸정공의 공장에서 20t 크레인이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김승호 기자
▲ 경남 거제에 있는 선박 구조물·의장품 제조기업 칸정공의 공장에서 20t 크레인이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김승호 기자

【거제·통영=김승호 기자】"거제 지역 경기는 언론에 나온 것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대형 조선소는 감원바람이 불어닥친지 오래고, 과잉투자한 협력사들은 금융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과 임금체불을 반복하고 있다. 흉흉하다."(거제에 있는 조선기자재업체 대표)

"(조선·해양업 불황이후)보충수업 지원비를 신청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이혼, 특히 자살까지 시도하는 부모 때문에 괴롭다고 상담을 해오는 아이들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 우울한 이야기 뿐이다."(통영의 한 고교 상담교사)

한 때 지나가던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닐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조선·해양업 밀집지역인 거제·통영지역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일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통계청에 따르면 경남 지역이 국내 관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2014년 기준)은 절대적이다. 조선해양업 종사자수(45.5%), 사업체수(43.7%), 생산액(52.5%), 부가가치(51.1%) 등에서 이 지역이 전국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성동조선을 비롯해 크고 작은 조선소가 몰려있는 거제~통영 라인은 경남지역에서도 대표적인 조선업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김정원 경남서부지부장은 "인구가 25만 명 정도인 거제의 경우 전체의 70~80% 가량이 조선업 등으로 먹고 살 정도로 절대적"이라며 "수주가 줄고, 고용인원이 줄다보니 (배를 만들던)사장님들도 (다른 회사의)소장이나 직원으로 전락하는 예가 있다. 중진공에서 지난해 자금을 지원한 업체 중 10% 가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통영도 지역 경제에서 조선업이 약 30% 가량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서히 반등하며 그나마 2013년까지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 장기화, 공급 과잉, 유가 하락, 중국 등 경쟁국 등장,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등 악재가 4~5중으로 겹치며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앞으로 회복이 되더라도 과거 같은 호시절은 오기 쉽지 않으리라는게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볕이 들기를 기다리며 버티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인 모습이다.

통영에 있는 청암산업. 이 회사는 선박 곳곳에 쓰이는 철판을 절단, 가공해 국내 대기업 조선사에 100% 납품하고 있다. 2016년 초기만에도 공장내 야적장 곳곳에 쌓였던 철판은 이제 가뭄에 콩이 날 정도로 드문드문 보일 정도다. 실제 공장 가공 물량은 지난해 11월 한 달간 2535t에서 올해 3월엔 573t까지 떨어졌다. 일감 축소는 곧 인원 조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당시 49명에 달했던 공장 직원은 4월 현재 31명까지 줄었다.

이 회사 정연면 대표는 "5월부터는 인원을 19명으로 줄여야 한다. 지원인력을 최소화하고 생산인력 중심으로 편성하고 내국인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선별해서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생산비용과 고정비용을 절감해 버티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그는 금융권의 자금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은행들은 이자는 이자대로 올리고,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 비올 때 우산을 씌워주고, 햇빛이 들땐 양산을 씌워줘야하는데 지금은 역행하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데 (은행들이)큰 도움이 돼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경남 통영 청암산업에서 근로자가 철판 가공 작업을 하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고 있다. 김승호 기자
▲ 경남 통영 청암산업에서 근로자가 철판 가공 작업을 하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고 있다. /김승호 기자

그동안은 조선업에 목맸지만 사업 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해 나가는 곳도 있다.

알루미늄 구조물과 의장품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거제의 칸정공. 이 회사는 지난해 150억원 매출 중 삼성중공업 비중이 85%로 절대적이었다.

고꾸라지는 조선업을 그냥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6월에는 소수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칸정공 박기태 대표는 "소수력발전을 위한 터빈을 제작해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120와트(W) 태양광 가로등으로 고속도로에 쓰이는 가로등(200W) 만큼의 효과를 내는 '스마트형 가로등'도 제작해 시제품 수출을 시작했다. 이 제품은 자가진단장치가 내장돼 있어 휴대폰으로 조작이 가능한데다 구조물은 '태풍 매미'(초속 60m/s) 수준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에는 선박·보트사업부도 신설했다. 그동안 쌓아온 배 건조 기술을 토대로 레저용 알루미늄 선박과 해경·해군 경비함 제작에도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발주처인 삼성중공업과는 원가를 낮춰주고, 일감을 더 받는 '통큰 담판'을 벌여 기존 사업을 통한 안정적 매출 구조도 마련했다.

박 대표는 "공장은 가장 중요한 것이 가동률이다. 80%의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5가지 기술아이템을 갖고 수익률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가 지난 3월 전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14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 글로벌 선박발주물량은 2560만CGT(2018년)→3170만CGT(2019년)→3440CGT(2020년)→3520CGT(2021년) 등으로 점차 회복적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올해 수주 예상 물량은 지난해 9월 당시 전망치 2050만CGT보다 상향 조정한 것으로 기대를 더욱 좋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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