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9 : 79km 을근- 콘야
7시 반에 아침 먹도록 해주겠다고 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다. 8시에 아침 먹고 점심 끼니로 빵과 소시지 등을 준비해서 8시 45분에 출발했다. 40여 분을 달렸는데 도로 표지판에 콘야까지 80km라고 나온다. 오늘 달린 거리는 내 자전거 속도계는 79km다.
출발할 땐 청명했는데, 곧 흐려졌다. 여전히 바람은 세다. 오늘은 주로 옆바람에 간혹 앞바람이라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밟았다. 3시간 이상을 그렇게 달렸다. 춥기도 해서 별로 쉬지도 못 했다.
10시 반경 시장기가 느껴져 좀 먹었다. 그런데 12시가 채 되지 않은 때에 식당이 나타났다. 좀 이르긴 하지만, 들르기로 했다. 가까운 거리에 식당이 없을지도 모른다. 점심 먹으며 maps.me로 온 거리와 갈 거리를 확인했다.
50km를 왔고 30km가 더 남았다. 그렇게나 많이 왔단 말인가? 믿기지 않았다. 기침이 난다. 추운 탓인 것 같다. 뜨거운 물을 큰 잔으로 2잔을 마셨다. 몸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1시에 출발했다. 뒷바람이다. 하지만 다리 힘이 없어진 탓인지 나가는 거 같지 않았다. 어제에 이어 조그마한 구릉이 이어져 파도타기 하듯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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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험한 이 나라 식단은 양, 닭, 소고기 등 육류, 올리브, 유제품 등 가공식품, 간혹 생선이다. 모든 경우 빵과 차는 무료로 무한 제공된다. 중국, 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음식이라는데, 식단은 단조로운 것 같다. 내가 먹어본 건 샐러드로 한두 가지 채소(눈에 익은 건 하나도 없다), 오이, 토마토가 전부다. 오늘 오는 길에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나물 캐는 사람들을 봤다. 나물도 먹는구나.
3시 좀 못 미쳐 콘야에 도착했다. 맵스미(maps.me) 보고 찾아든 호텔(Rixos Konya)은 무척 고급 호텔이다. 하룻 밤에 300리라(9만 원)이라기에 가까운 곳에 싼 호텔 있느냐고 했더니 즉석에서 200리라로 깎아줬다. 재미 삼아 150으로 하자고 했지만 안 된단다. 참 재밌다.
이렇게 비싼 호텔에 든 건 자전거 여행객, 옛 비단길의 흔적을 더듬어보려 온 내겐 사치에 가깝다. 하지만 엿 세 동안 무탈하게 420km를 달린 내 몸에 주는 선물로 치자. 그간 고생했으니 좀 편히 쉬어라. 헬스클럽도 있고 수영장도 있다. 낼 아침에 들려 컨디션 조절 좀 해야겠다.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25층에서 내려다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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