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 : 2017-04-20 15:30:34

[지자체 금고를 잡아라]下 출연금 수백억…저금리시대 '지자체 곳간'도 계륵?

2012년 공개입찰 이후 지역은행vs시중은행 경쟁 치열…올해부터 인터넷전문은행도 가능성 있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냐, 계륵(鷄肋)이냐….'

지자체 금고를 차지하기 위한 은행권의 눈치싸움이 시작된 가운데 금고지기 수성을 위한 은행들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수조원대 규모의 지자체 금고를 맡으면 은행의 이미지 제고와 연계 영업 등의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저금리 기조와 경쟁 심화 등으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 특히 경쟁 입찰에서 이기기 위해 지역에 연간 수 백 억원대의 출연금이 오가면서 '지자체 금고는 돈을 많이 낸 은행이 차지한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 은행권 지자체 금고 출연금 등 현황./자료=은행연합회 공시

20일 전국은행연합회 이익제공공시에 따르면 우리·농협·국민·신한·하나·대구·부산·경남·제주은행 등이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지자체 금고의 출연금 또는 협력사업비로 낸 돈은 총 1607억84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엔 은행업감독규정 변경에 따라 2014년 3월 1일 이후 지출한 금액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은행들은 '은행업감독규정' 제29조의3 및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18조의4에 따라 은행이용자에게 제공된 금액 합계액이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한다.

금고를 차지하기 위해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곳은 농협은행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주요 지자체 16곳 중 1금고(9개)와 2금고(4개)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은행이다. 그러나 지자체 금고를 많이 차지한 만큼 지출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이 201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사용한 금고 협력 사업비 등은 총 567억9000만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은 현재 20조원 규모의 경기도를 비롯해 강원도·경상남도·경상북도·전라남도·전라북도·충청남도·충청북도·세종시의 1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금고의 총 재정 금액은 약 62조5000억원이다.

무려 100년이 넘도록 단독으로 서울시 금고지기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8조원 규모의 인천시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도 적잖이 지출을 했다.

300조원 가량의 서울시 금고를 맡은 우리은행은 164억5800만원, 신한은행은 380억3600만원을 금고업무 관련 출연금 등으로 사용했다. 신한은행은 인천시 외에도 거물급 금고인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의 2금고를 맡고 있다.

이어 부산은행이 217억, 대구은행 131억, 하나은행 51억7000만원, 경남은행 43억3000만원, 국민은행 38억, 제주은행 14억 규모의 지자체 금고 출연금 및 협력사업비 등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은행들의 출연금 등 지출을 따져보면 금고 운용을 통한 마진은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데다 지자체 금고의 재정은 자유롭게 투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출연금을 과하게 내서라도 금고지기 자리를 탐낸다.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면 우선 예치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담당 시·도·군청으로 영업점이 들어가면 우량 고객인 공무원 고객을 유치하는 등 연계영업이 가능하기 때문.

이런 이유로 금고를 따내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매년 지자체 금고 계약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리베이트', '로비' 등의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대부분의 은행이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을 충족하는 만큼 출연금이나 협력비 등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출혈경쟁을 일삼는 모양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은행의 과도한 출연금 경쟁을 막기 위해 2014년부터 10억원 이상 지자체 금고에 출연 시 내역을 공시하도록 하고, 지난해에는 이 같은 문제를 '불합리한 영업관행 시정방안'으로 지정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게 지자체 금고는 수익 사업이라고 볼 순 없지만 여러 측면에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며 "지자체 금고를 따내기 위해 학연·지연을 총동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고를 쟁취하는 것도 문제지만 계속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금고지기 자리에서 밀려날 경우 발생하는 전산망 운영 비용이나 영업점 철회 비용 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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