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3 : 64km 미라스 - 무라Mugla'
미라스 도심을 벗어나자 곧장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올라가는 길에 뒤돌아보니 완전히 분지다. 그래서 어젯밤 춥지 않았나?
언덕이 급하진 않은데 길다. 몇 번을 쉬었는지 모른다. 힘들어서 쉬고, 땀방울이 눈에 들어가서 쉬었다. 초여름 날씨다. 2시간 반 동안에 겨우 20km를 갔다.
고개를 넘어 신나게 내려가는 데 중학생들이 나를 보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세워서 사진이라도 같이 찍어야 했는데, 맘이 급해서 그러지 않았다. 좀 후회스럽다.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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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탈 땐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비슷한 거리의 내리막이 있다. 그래서 힘이 들더라도 보상을 그리며 기꺼이 올라간다. 그런데, 오늘은 그게 아니었다. 내려가는 듯하다 다시 오르막이 나타났다.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올라온 모양이다.
피로도 좀 쌓였고, 연이어 오르막을 올라왔지만 내리막은 별로 없었고, 게다가 바람도 내 편이 아니었다. 속도는 자꾸 떨어지고, 그만큼 자주 쉬게 되고.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나 보다. 아무래도 혼자이니까 더 쉽게 지치고 더 자주 쉬게 된다. 갑자기 뭔가 시원한 게 당겼다. 아이스크림이 떠올랐지만 혹시 배탈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1리터짜리 스프라이트 하나(1리터)를 사서 거의 다 마셨다. 첨엔 시원했지만 많이 마시니 받지 않아 버렸다.
거의 8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지막 고개에 올라서자 무라가 아담한 자태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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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버스로 파묵칼레로 간다. 터미널 근방 호텔(피텍)에 들어갔다. 겉도 허름해 보이고 입구도 좁다. 싱글룸이 엄청 넓은데, 천정에서 누수가 있다. 욕조에 몸을 푹 담가 피로를 풀고, 오늘 입었던 옷도 죄다 빨았다. 물기를 대충 짜고 널어둬도 밤새 거의 다 마른다.
저녁 먹으려 거리로 나갔다. 삶은 콩(애트리 쿠루 파술레. 6리라) 요리와 아이란(요구르트 음료. 3리라) 2컵 먹었다. 모두 3천 원 정도다. 빵을 곁들여 먹으니 양은 충분했다. 현금지급기에서 400리라를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