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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스타인터뷰] '어느 날' 천우희 "미션같았던 캐릭터들, 돌이켜보면 행운"

천우희/언니네홍보사 제공



[스타인터뷰] '어느 날' 천우희 "미션같았던 캐릭터들, 돌이켜보면 행운"

이윤기 감독에 대한 신뢰 ↑

시각장애인·영혼 1인2역 소화

전형적인 캐릭터 NO! 고정관념 깨부숴

'써니'의 본드걸, '한공주'에서는 성폭행 피해자, 그리고 지난해 영화 '곡성'으로 수많은 관객을 홀린 배우 천우희가 봄처럼 따뜻한 감성판타지 '어느 날'(감독 이윤기)을 통해 180도 색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매 작품마다 뇌리에 남는 인상을 심어준 천우희이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또 어떤 모습으로 관객의 머리 속에 여운을 남길지 기대를 모은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천우희는 '어느 날'의 미소가 스크린 밖으로 나온 것처럼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전작 '손님' '곡성'에서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을 봤을 때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들만 했던 것 같아요. 바로 전작인 '곡성'도 한줄로 설명하기에는 좀 어렵잖아요. 이런 면에서 '어느 날' 역시 판타지이지만, 누구나 겪었을 법한,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담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일반적이거든요. 그래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죠.(웃음)"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어느날'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다 어느 날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시각장애인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윤기 감독의 돋보이는 감성 연출과 봄에 걸맞는 따뜻한 이야기, 김남길-천우희의 완벽한 호흡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춰 누적 관객수 20만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천우희/언니네홍보사



'어느 날' 속 미소는 남모를 사연이 있음에도 항상 밝고 명랑하게 행동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영혼이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 천우희는 그래서 더 짠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을 밝혔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돼서 병원에 누워 지내죠. 하지만, 꼭 그렇다고 해서 처량하고 슬퍼야 할까요? 저 나름대로 저항심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영화의 여자 캐릭터는 슬퍼야 해'라는 식상함에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고민했고, 실제 저의 모습을 많이 녹여냈어요."

실제로 천우희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한 번 출연을 거절한 바 있다. 미소라는 인물이 여타 작품에서 봐왔던 캐릭터처럼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선뜻 출연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그럼에도 그녀가 작품에 출연한 결정적인 한 방은 이윤기 감독의 색깔을 입힌 영화가 탄생할 거라는 믿음때문이었다.

천우희는 "영혼이지만, 관객이 공감할 수 있고, 연민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시나리오 속 캐릭터를 조금씩 천우희스럽게 바꿔나갔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식상하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동안 한국영화에 등장했던 시각장애인들은 청순가련형에 슬픔이 묻어나더라. 그 틀을 깨는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감정적으로 한결 편안한 연기를 펼쳤음에도 쉽지는 않았다. 시각장애인 연기를 할 때는 시선처리에 신경써야 했고, 병상에 누워있는 식물인간을 연기할 때는 경직된 몸동작은 물론, 호흡 하나에도 집중해야했다.

"어떤 연기든 쉬운 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직업이 배우니까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거죠.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 주어져도 '이 정도야 뭐...'하고 촬영에 임하거든요. 모든 배우들이 그럴 거예요. 이번 작품에서는 제가 1인 2역처럼 연기를 하다보니까 의상팀과 분장팀도 분주하게 움직였죠. 누워있는 연기를 할 때는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몸에 담이 오는 것처럼 아프더라고요. 시각장애인 연기는 조심스러웠고요."

천우희/언니네홍보사



천우희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실제로 시각장애인 선생님을 만나 점자도 배우고 여러가지 조언을 들었다며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갖고 있던 관념들을 깨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어요. 시각장애인이라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더라고요. 그전까지만 해도 '아마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떠할 것이다'라는 단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깨부숴주셨어요. 선생님의 사랑스러움도 자연스럽게 제 연기에 녹아나온 것 같아요."

김남길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며 이제는 친남매같은 편한 사이라고 웃어보였다. 앞서 김남길 역시 천우희를 촬영장에서 보고 '여자 김남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말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실제 자연스러운 호흡은 영화 속에서 더욱 알콩달콩 예쁘게 그려졌다. 그럼에도 영화는 멜로가 아니다.

"남녀 주인공이 나온다고 해서 꼭 사랑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잖아요. 무궁무진하게 상상할 수 있으니까 더 좋을 수도 있죠.(웃음) 남길 오빠가 저를 '여자 김남길'이라고 표현한 건 제가 아마 트레이닝복을 입고 촬영장에 나타나서일거예요. 저는 아침에 뭐 입을지 고민하는 시간에 대본을 보면서 편하게 오거든요. 그 모습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재미있고 본인하고 성격이 잘맞는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래서 현장에서 쿵짝쿵짝 재미있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남길 오빠는 저보다 훨씬 선배인데도 배려심도 워낙 많으시고, 연기적으로나 성격적으로 전혀 모난 부분이 없으세요. 제가 너무 격의 없이 대하지는 않았나 이제와서 걱정되네요.(웃음)"

천우희/언니네홍보사



'한공주'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지난해 '곡성'으로 680만 동원한 천우희. 알고보면 데뷔 13년차의 내공 가득한 배우다. 워낙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많이 하다보니까 가끔은 왜 이렇게 미션같은 것들만 주어질까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결국 그 생각의 끝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한다는 것은 배우로서는 행운'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들 덕분에 지금 배우 천우희가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많이 도전하고, 유일무이한 배우가 될 수 있게 길을 개척해나가려고요. 칭찬이나 인정받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과감하게 연디하고 싶어요. 물론, '믿고 보는' 수식어는 좋지만, 혹시나 스스로한테 갇혀서 정작 하고자 하는 걸 못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과감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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