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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중졸 구두장인'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이태리 심장부 '겨누다'

최종수정 : 2017-04-02 12:00:00
올해 밀라노에 명품 매장 오픈 예정, 구두서 워킹화로 사업 영역 넓혀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가 경기 일산에 있는 본사에서 그동안 출시한 구두를 안고 활짝 웃고 있다. 김승호 기자
▲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가 경기 일산에 있는 본사에서 그동안 출시한 구두를 안고 활짝 웃고 있다. /김승호 기자

【고양=김승호 기자】'세상에서 가장 편한 구두'를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42년간 외길 인생을 걸어온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사진)가 글로벌 패션의 심장부 이탈리아 밀라노의 명품거리에 첫 대리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빠르면 올해 안에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날 예정이다.

바이네르는 김 대표가 1994년 창업한 '안토니오 제화'가 전신이다. 그후 '안토니'로 법인을 바꾸고 매장에선 안토니·바이네르를 같이 사용하다 2015년 9월에 아예 '바이네르'로 사명을 바꿨다.

바이네르(VAINER)는 이탈리아의 구두 장인 바이네르 드피에뜨리가 1961년 구두회사 '코디바'를 창업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따 명품으로 키운 브랜드다. 코디바는 1990년대 하루 수제화로만 1만2000켤레를 만들 정도로 세계에서 구두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였다. 창업주는 이탈리아 국가훈장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구두에 관한한 바이네르 회장을 멘토로 삼아왔다. '세상을 아름답게, 사람들(인류)을 행복하게, 그 속에서 나(우리)도 행복하게'라는 지금의 사훈은 바이네르의 기업 모토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던 김 대표가 2011년 바이네르 브랜드를 아예 인수했다. 그 인수 배경 이야기가 흥미롭다.

"1993년부터 이탈리아를 오고갔다. 그러면서 바이네르 회장과 긴밀한 친분 관계를 맺었다. 몇천 족으로 시작한 수입물량은 순식간에 몇만 족으로 늘었다. 내가 팔아치우는데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최고 고객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다 2002년 바이네르 회장이 타계했다. 이후 김 대표와 코디바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회계사인 바이네르 회장 아들 제노는 회사를 키울 능력이 되질 않았다. 바이네르는 또 홍콩과 유럽에 상장 준비를 하면서 신발값을 터무니 없이 올렸다. 김 대표도 더 이상 거래를 할 여건이 않됐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금융위기가 터지고 유럽 경제가 악화되면서 이탈리아 바이네르의 상황도 나빠졌다.

"2세인 제노를 만났다. 회사를 우리 돈으로 50억원 정도에 팔아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50억원은 줄 수 있다'고 말하고 헤어졌다. 담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말부터 먼저 뱉은 것이다. 물론 50억원을 끌어당길 능력도 됐었다(웃음)."

'허풍'이 아니었다. 이후 홍콩에서 제노를 다시 만난 김 대표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바이네르 상표권 60%를 인수했다. 상표권만 사다보니 50억원에는 다소 못미치는 액수였다.

김 대표의 구두 인생은 10대부터 시작됐다. 충남 당진 출신인 그는 중학교 졸업후 서산에 있는 작은아버지 제화점에서 구두 만드는 일을 하며 첫 발을 내딛였다. 그러다 혈혈단신으로 서울로 상경해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또다시 구두일을 시작했다. 연탄가스를 마셔 죽을 고비도 넘겼다. 성실함과 최고가 되겠다는 그의 집념은 1984년 전국기능대회에서 제화부분 동메달까지 안겨줬다.

'중졸 출신의 구두장인'이 구두 본고장인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먹고 살기 위해 구두를 만들었다. 그런데 가난한 집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오히려 다행이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웠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아버지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또 긍정론자이기도 하다. "'불경기'란 말은 우리 회사에서 금기어다. 사람들이 모두 신발을 신고 다니는데 불경기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세상탓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회사의 사훈인 '나(우리)도 행복하게'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삶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직원들과 여름이면 수상스키를, 겨울이면 스키를 타러 강으로, 산으로 다닌다. 심지어 이탈리아 출장길에 직원들을 대동하고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고 오기도 한다. 고양 일산에 있는 본사 안마당엔 수상스키용 보트 몇 대가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음식 솜씨도 수준급으로 알려져있다. 가끔은 작곡도 한다. 도저히 사업할 틈이 없어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 대표는 또 나눌 줄 아는 CEO다. 15년 이상 장기 근속자들에겐 사장으로 독립시키기 위해 대리점 운영권을 준다. 현재 전국에 18곳이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장학회를 만들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 골프 꿈나무 지원, 매년 5월이면 열리는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잔치, 수 많은 복지시설에 물품과 기부금 등 그의 선행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따져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쓰는 돈만 매년 수 억원이 훌쩍 넘을 것이란 추산이다.

김 대표의 바이네르는 올해 약 800억원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이달 1일에는 일산 식사동에 대형 프리미엄 아웃렛도 오픈해 백화점 등과 함께 국내 시장 공략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엔 워킹화까지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프로골퍼 김우현 선수가 그의 둘째 아들이다. 김 대표도 이븐파 정도로 수준급 골프실력을 자랑한다.

"이젠 세계인이 좋아하는 구두를 만들 차례다. 고객들은 똑똑하다. 고객에게 인정받으면 분명 살아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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