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대우조선해양 관련 부실 부담에 다시 긴장하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가 다음달 17, 18일로 예정된 가운데 국민연금 등 기관을 중심으로 찬성하기 힘들다는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기관과 개인투자자로 이뤄진 사채권자들이 이번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우조선은 바로 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에 돌입한다.
이번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에 시중 은행들의 신규 자금 지원은 빠지면서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P-플랜 신청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P-플랜 돌입시 충당금에 RG까지 부담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KB국민·KEB하나·NH농협·신한·우리은행 등 주요 채권은행과 실무회의를 열었다. 출자전환 세부안과 선수금환급보증(RG) 분담 비율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일부 RG 분담 비율 등에서 이견이 있지만 큰 틀에서 시중 은행들은 동의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가 컸던 신규 자금 지원이 빠졌고, 추가 충당금도 감당할 말한 수준이다. 신규자금 지원으로 대우조선이 선박을 만들어 인도하면 기존 RG가 감소하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시중 은행들의 추가 충당금 부담은 6400억원으로, BIS비율은 0.01~0.2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P-플랜 돌입시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추가 충당금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RG 요청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대우조선과 선박 플랜트 발주회사가 맺은 계약서상 법정관리가 건조계약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선박은 총 96척이다. 발주회사가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하면 RG를 해준 은행들이 선수금을 발주회사에 물어줘야 한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시중 은행들의 RG 규모는 총 1조8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가 충당금 1분기에 반영되나
은행들이 추가 충당금을 1분기 실적에 미리 반영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중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은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 직후인 다음달 19일에서 21일 전후로 발표될 예정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올 1분기 순이익이 70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고,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순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 1.8% 줄어든 4086억원, 3710억원이다. KB금융의 순이익 추정치만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5777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는 은행들 실적 추정치에는 대우조선 관련 추가 충당금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올 1분기 은행권 실적은 기대치를 대폭 낮춰야 할 전망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건부 자율협약이던, P-플랜이던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더라도 손실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들은 대우조선 관련손실을 1분기 실적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단 1분기에 충당금으로 먼저 적립한 후 이후 관련 손실이 최종 확정되면 충당금을 환입하고 감액손실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