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 : 2017-03-19 15:31:44

[청년창업 37.5도] 대학가 창업, 이들에 주목하라(3) "창업 보릿고개 좀 없애주세요"

▲ 대학생 스타트업 '무아'의 4인방. 왼쪽부터 전영우, 김아나, 주희진, 박찬현. 박씨는 군 입대시 소아암 아이들에게 기증하고자 머리를 기르고 있다. 건강한 모발을 기증하기 위해 염색도 펌도 하지 않는다. /송병형 기자

동국대 재학생들이 주축인 학생 스타트업, 무아(無我)는 학생 스타트업답지 않은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을 시작한지 4개월만에 매출을 올렸을 정도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를 넘어 B2B(기업 간 거래)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데, 태국과 같은 불교국가에서도 러브콜이 오는 중이다.

이들이 개발한 마인드래치(마인드+스크래치의 줄임말)는 전통적인 칠보문양이나 불교의 만다라 등 7가지 도안을 밑바탕에 두고, 위에 검은색을 덧입힌 것이다. 특수인쇄된 검은색 종이를 긁어내다보면 바탕 도안이 나타나게 된다. 사찰의 교육체험 프로그램, 박물관의 전통체험 프로그램 등 교구로서의 역할만이 아니라 미술치료에도 사용된다. 올해 초 태국에서도 선을 보였는데 개당 가격이 두끼 식대를 넘는데도 지출이 아깝지않다는 반응을 얻었다. 불교의 나라에서 제품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성공적인 학생 창업임에도 이들은 아쉬운 점이 많다. 초기 발주한 공장에서 원가의 두세배가 넘는 가격을 부르는 등 '호갱' 취급을 당했고, 아직도 수개월째 대금 지급을 미루는 거래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다섯배정도 매출도 무리가 없었을 거란다.

정부 등의 스타트업 지원정책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다. 공동대표인 김아나(24) 씨는 "12월 중반부터 이듬해 3월까지를 스타트업들은 '보릿고개'라고 부른다"며 "우리처럼 현금유동이 되는 스타트업은 사정이 낫지만 앱 개발 등 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반적인 스타트업들은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자.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2015년 12월에 공동대표인 전영우(26) 씨와 함께 창업을 했다. 전씨는 한림대 국제통상학과 11학번, 저는 동국대 불교미술학과 12학번이다. 우리가 공동대표로 사업은 전씨가, 아이템 개발은 제가 맡고 있다. 저는 돈에 그다지 가치를 두지 않는 성격이다. 돈은 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알바·인턴을 많이 했는데 직장인들이 너무 재미없어 보였다.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 요새 청년들이 취업하는 게 만만치 않은 현실인데, 같은 노력을 들일 것이라면 차라리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창업이 낫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동국대 미대 후배인 박찬현(한국화 15학번) 씨와 동국대 대학원 재학 중인 주희진(미술사학과) 씨가 참여하고 있다."

-시장이 너무 작은게 아닌가?

"초기 시장은 30~50억원 규모정도로 봤다. 멘토들도 너무 시장 규모가 작은게 아니냐고 우려를 많이 하셨다. 하지만 저희는 진입장벽이 낮고, 바로 현금유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봤다. 저희는 제조기반 스타트업이라 현금유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B2B 거래를 하게 되면서 시장 규모가 더 커졌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보면 의외로 큰 시장이다. 올해 초 태국에 샘플을 가져가 선보였는데 현장에서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인드래치의 개당 가격이 우리돈으로 4000원, 태국돈으로 100바트(약 3600원)인데, 태국 현지 한끼 식대가 50바트 미만이라고 한다. 저희 제품 하나의 가격이 두끼 식대를 넘는 셈이다. 그런데도 학생들까지 저희 제품을 사갔다. 그리고는 다음날 친구를 데려와서는 '이미 다 긁어서 문양을 만들어봤다'고 자랑을 하더라. 또 한국에 돌아와보니 태국에서 마인드래치에 대해 물었던 분들이 저희 회사 페이스북에 들어와 '좋아요'를 눌러주실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다."

-그동안 어려운 점은 없었나?

"처음에는 호갱 노릇을 많이 했다. 공장에 제품을 발주했는데 필요 이상으로 친근감을 표시하는 분들이 있었다. '친하니까 아주 저렴하게 해주겠다'고 해놓고 원가의 두세배 이상을 불렀다. 처음에는 몰랐다가 나중에 다른 공장에서 비교견적을 받아보고 알게 됐다. 학생들이니 우습게 본 것 같다. 이제는 불필요하게 친절한 사람을 경계하고, 되도록 많은 비교견적을 받아본다. 또한 한군데서 완제품을 발주하지 않고, 공정별로 나누어서 발주를 한다. 가격이 훨씬 더 쌀 뿐만 아니라 이렇게 하면 '우리가 공정을 꿰뚫고 있다'는 걸 상대방도 알게 돼 속일 생각을 못한다. 대금을 받아야 하는 거래처도 마찬가지였다. 억지로 같이 식사하고는 친한 척을 하면서 가격을 후려치거나 몇개월 째 대금을 안주는 곳도 있다."

-주변에 도움을 받을 곳은 있나?

"스타트업 모임을 통해 다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도 듣고, 멘토들에게 도움도 받는다. 저희는 현금 유동이 되는 스타트업이라 괜찮은데 사실 지금 시기가 스타트업들에게는 '보릿고개'다. 스타트업 지원사업들이 거의 12월 중반부터 이듬해 3월까지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통 상반기 지원사업 공고가 3월이 돼야 나오고 실제 선발은 4월에 이뤄진다. 하반기 공고는 6~7월에 나온다. 앱 개발 등 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스타트업들이 다수인데 지원금이 끊기니 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한 앱 개발 스타트업은 월급을 주기 위해 경진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상금을 타기 위해서다. 경진대회에 에너지를 쏟아붓다보면 정작 사업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경진대회로 내몰리는 것이다."

-다른 어려움은 없나?

"지원사업들이 지원대상을 서류와 단 한번의 대면평가로 선정한다는 게 안타깝다. 서류 잘 만들고 말 잘하면 선정되는 실정인데, 그렇다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규정을 추가하면 스타트업들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일이 생길 것이다. 현재도 지원을 받기 위해 내야하는 서류만 최소 8개다. 서류를 만드는 데 시간이 하루이틀 걸리는 게 아니다. 그래서 아예 지원금을 쓰지 않으려는 스타트업도 있다. 공무원들이 스타트업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서류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한다."


  • 메트로 신문
  • 모바일앱 설치 바로가기
  •  
  • 페이스북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