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의 탕탕평평] (43)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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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43)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최종수정 : 2017-02-26 13:33:22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 동시통역사,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동시통역사,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영어 표현 중에 재밌는 표현이 하나 있다. "If the table were turned, you'd see how I feel right now." 직역을 하면 '당신이 테이블을 엎어보면 내 기분을 알 수 있을 것이다'이고, 의역을 하면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내 기분을 알거야' 쯤으로 해석되는 표현이다.

예전에 김건모의 노래 중에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라는 구절의 가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말이 쉽지, 과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다. 더욱이 요즘처럼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뿌리 깊이 만연한 세상에 사는 우리가 말이다. 그런 경우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타주의를 지향하고 내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위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삶을 강조하는 서적이나 계몽운동 및 각종 캠페인이 간혹 많은 이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을 지향할 때 극소수의 선구자나 세상의 트렌드에 역행하면서까지 정도(正道)의 길을 걷는 누군가에 의해 누군가는 살만 하고, 누군가는 희생돼야 하는 삶을 탈피하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함께 행복하고 평안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이라고 해야 할까.

국적이나 지역이 다르고, 배움의 정도가 다르고, 경험과 직업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고 심지어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과 가치가 다른 사람이 하모니를 이룬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이라도 더 우위에 있는 사람이 양보하고 상대를 철저하게 이해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유형의 것들이 다른 경우가 오히려 무형의 것들이 다른 경우보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 쉽다는 것이다. 즉 바꿔 말해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차이와 거리감이 원만한 관계 설정에 압도적으로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복잡함을 말하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의도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 진정성 및 스킨쉽으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가 오히려 오해를 받고, 그 순수한 의도가 왜곡되어 민망하고 후회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경험해왔다. 본질이 정도(正道)를 걸으려 해도, 시대의 흐름에 동승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고 이상한 사람이 되는 세상이다.

자신이 스스로를 이해 못하는데, 나 아닌 누가 나를 이해하려 접근한다는 것에 대해 의심하고 경계하며 적대감을 드러내는 세상. 개인도 공동체도 정치도 마찬가지다.

간혹 내가 지금의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물리적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영적상태는 퇴보하거나 황폐해지기 때문에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바보가 되고, 의심을 받는 것은 아닌지 사실 적잖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필자는 인간관계는 양보다 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질이나 재산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것들에 있어서 양보다는 질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 이에 최소한 이해는 못할망정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정도의 배려를 전제하고 관계를 설정한다면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는 더 나은 인간관계를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자신이 상대에게 화가 나더라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라고 한번만 생각할 여유만 있다면, 그것만 해도 좀 더 성숙하고 세련된 질 높은 관계를 서로가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누군가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려면, 상대가 나를 알아주고 내 노력에 걸 맞는 무언가를 보상해 줄 것을 아예 기대하지 말라.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잠재적으로라도 있기 때문에 상대가 껄끄러워지고, 서운하고, 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 차라리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는 것이 더 쉬운 일 아닌가. 내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말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나만 좋고 너만 좋은 것도 아닌, 우리가 함께 좋을 수 있는 이처럼 쉬운 방법이 또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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