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 : 2017-02-17 18:13:54

특검의 완벽한 '준비'..."이재용은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진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이 부회장이 구속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주간의 보강수사를 통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모두 충족 시켰을 뿐 아니라 오히려 추가 혐의까지 더해 기각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17일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의 영장 청구 방침을 봤을 때 증거, 시간, 방법 모든 게 치밀했다"며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전구속영장은 검찰 등의 수사기관이 아직 유죄판결을 받지 않은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법원은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아 범죄 사실의 중대성, 증거인멸·도주의 우려, 신병확보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한다.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은 혐의에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으며,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특히 범죄 소명 부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가 적시됐지만 수수자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없었던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완벽한 증거 보강

특검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삼성 뿐 아니라 53개 대기업이 두 재단에 모금을 한 상황에서 삼성의 지원만 '대가성 뇌물'이라고 판단하면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진녕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뇌물 혐의로 적시한 유리해 보이진 않았다"며 "애매하거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그냥 제외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관계자에 따르면 특검팀은 영장 재청구에 있어서는 해당 혐의를 제외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약 204억원에 달하는 재단 지원금이 빠지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지나치게 축소되는 것이다.

특검이 삼성이 대가성으로 제공했다고 판단한 것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 출연,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20억대 명마 지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영재센터에 16억원 지원, 최씨의 개인회사 비덱스포츠와 200억대 컨설팅 계약 후 약 80억원 전달 등 총 43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절반 가까운 액수가 축소되는 것이다. 이 경우 여전히 논란 소지가 있는 몇몇 지원을 제외하면 비덱스포츠에 전달된 80억 정도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80억 의혹에 수백조를 벌어들이는 재계 1위 총수를 구속한다는 것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경제적 파급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백대영 변호사는 "(법원이) 경제적 파급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80억만 갖고 이 부회장을 구속하기에는 명분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상 증거인멸·도주의 우려가 전무한 이 부회장의 구속을 위해 특검은 뇌물의 대가로 받은 '특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지난 3일 실시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압수수색이 그것이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의 주식을 보유한 삼성SDI의 순환출자해소 주식매각 과정에서 공정위가 청와대의 압력을 받아 당초 1000만주였던 것을 500만주만 매각하도록 지시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압수수색 후 증거를 확보한 특검은 금융전문가들을 불러 공정위의 해당 지시가 특혜라는 것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다는 부분을 소명하기 위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을 증거에 포함한다.

특검은 모든 사건의 시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함이라 판단한 만큼 관련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 분량은 지난달 16일 첫 영장청구를 할 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도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 등 5개로 늘었다.

◆철저한 시간계산

지난달 법원은 '뇌물수수자'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없다는 것을 영장 기각 사유로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특검의 능력 밖의 일이다. 법원이 요청한다고 해서 특검이 언제고 대통령 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초 특검은 대통령 대면조사를 마친 후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난 9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언론보도로 인해 무산됐다.

이에 대해선 특검이 대통령 조사를 위해 노력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음을 피력했다. 대통령 조사와 별개로 이 부회장의 구속을 주장한 것이다.

특검은 최종적으로는 청와대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압수수색 불승인에 대한 집행정지 행정소송이었다. 특검이 대통령 조사를 위해 이 이상의 노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특검은 1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5일 청와대와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집행정지 심리기일을 하루 앞둔 날이다.

만일 법원이 특검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는 청와대 압수수색 실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었다. 법원은 뇌물수수자인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28일 특검 수사기간 종료를 앞두고 수사기간 연장마저 불투명한 상황, 더 이상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미룰 수 없었다.

법원에는 특검의 대통령 조사 시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17일 새벽 5시 40분께 결국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한다. 특검 출범 이후 첫 기업 총수의 구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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