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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첫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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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언론인·세태평론가

첫인상은 뜻밖에도 이국적이었다. 르네상스 양식에 비잔틴 풍의 돔! 물 건너온 그런 서양 건축 양식을 차려입은 게 서울역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시골 촌놈은 서울역 광장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서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내 중학교 수학여행 기념사진에 박힌 한 장면이다. 시끌벅적했다. 팔도 사투리가 뒤엉켰고, 사람들은 더 엉켰다. 귀는 먹먹했고, 현란한 불빛에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 첫인상을 바꾸는데 무려 29년이나 걸렸다. 2003년 12월 지금의 현대식 고속철 역사가 준공되기까지 말이다. 저 유난했던 옛 서울역은 '문화역서울 284'로 문패를 바꿔단 채 기억 저편의 역사가 됐고, 그 바통을 이어받은 고속철 역사는 지금 재기발랄하다. 널찍해서 산뜻하고 밝다. 쇼핑 장터가 섰고. 볼거리를 제공할 무대도 설치됐으며, 먹거리 천지다. 객들은 시계바늘처럼 째깍거리지만 질서 있고 차분하다. 내 첫인상의 서울역은 이렇게 새 단장했다.

첫인상이 결판나는 건 단 3초! 사람의 경우 표정이나 동작까지 통째 그 째깍 몇 번에 결정된다니 취업 면접관의 예리한 속성 파노라마는 오죽할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아쉬의 입을 빌리면 취업 준비생들의 눈이 번쩍 뜨일 거다. 한번 박힌 첫인상은 나중에 들어오는 그 사람의 후속 스토리에 대해 좀체 귀 기울이지 않는 고집불통의 잣대가 된다는 거다. 금세 굳는 콘크리트 같은 묘한 집착. 이게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초두효과'라는 것이다.

일전에 고장 난 스마트폰을 수리하려 시내 서비스센터를 찾아간 적이 있다. 건물 안을 두리번거리는데 무섭게 입구를 지키고 있던 사설 경비원에게 가로막혔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는 다짜고짜 어디 가느냐고 묻는데 고압적이었다. 문간을 지키는 경비원이 저 정도면 이 건물의 주인은? 경비원이 눈을 희번덕거리는 사이 물음표를 단 상상은 증폭됐다. 다행히 건물 안은 친절했기에 망정이지, 내 스마트폰 회사 로고의 이미지는 하마터면 구겨질 뻔했다.

취준생과 기업과의 첫 맞선! 인상 깊고, 여운도 길다. 취업시즌을 맞아 면접 체험기가 가슴 아리게 들려온다. 최악의 취업 한파 와중에 면접 갑질이 고개를 드는 모양이다. 질문 속에 학연, 지연에 대한 편견이 녹아 있는가하면 성차별, 외모 비하, 연애담에, 말 자르기까지. 디지털 시대에 입사 면접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멎어 있다. 냉수 한 잔 제공은커녕 슬리퍼를 신고 나오는 면접관의 개념 없는 자세에서 그 회사의 얼굴을, 아니 미래를 본다.

취준생 면접은 기업에 대한 또 다른 면접이라는 역설을 왜 모르는 걸까. 며칠 밤을 뒤척이며 퀭한 눈으로 면접장 문을 두드렸을 청춘들! 내일은 또다시 내일의 태양이 뜬다지만 숱하게 쓴 맛을 본 좌절의 그늘은 너무 짙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그 그늘을 지우려 얼마나 애썼을까. 혹여 이번에도 들러리용으로 세운 건 아닐까, 겨우겨우 면접까지 올라와 지푸라기라도 건지려는 그들은 그러나 무성의하고 생뚱맞은 질문에도 아연한 기색조차 숨죽여야 했을 것이다.

그런 청춘들의 마음 밑바닥에는 과연 어떤 생각들이 고였을까. 첫인상의 경제학적 역학이 여기에 숨어 있다. 사람 귀한 줄을 모르는 기업에 인재가 모일 리가 만무하다. 고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자식, 동생, 조카 뻘 되는 청춘들이다. 요즈음 취업 한파에 밤마다 울음을 삼키는 취준생들이 부지기수다. 그 청춘의 정신적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면접은 정중하고 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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