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직한 박해균 지점장은 KEB하나은행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은행으로 다시 돌아와 달라는 것이다. 그가 KEB 하나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7년. 30여 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퇴직한 그에게 재취업은 꿈이었다. 나이가 차 은행을 떠났지만, 100세 시대에 일거리가 절실했다. 그러나 젊은 취업 준비생들 틈바구니에서 재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힘들었다. 은행 관계자는 "다시 일할 기회가 주어진 자체가 큰 행운이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은행권의 자발적인 성과주의 문화 확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은행도 그에게 재입사를 제안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젊은 시절 남달리 애사심이 깊고, 영업 현장에서는 한 발 더 뛴 모습이 직원들 사이에 회자돼 '성과주의 확산'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KEB하나은행은 19일 박 지점장 포함해 조직 발전에 기여하고, 영업 실적이 탁월했던 직원 4명을 재채용했다고 발표했다. 은행권에서 첫 사례다. 전체 은행권에서도 영업 실적이나 성과를 따져 재채용한 일은 없었던 만큼 말 그대로 '파격 인사'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이들은 예금 및 신용카드 유치, 펀드·방카쉬랑스 판매 등에서 우수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측은 "이들에게는 기존 현직 지점장에게 적용되던 약 15%의 성과급 비율을 50% 이상 확대하는 성과급제도를 실시할 것"이라며"앞으로 재채용비율을 지속해서 늘려나갈 방침이며, 재채용된 퇴직지점장 중 성과우수자는 임원으로도 승진시킬 예정이다"고 말했다.
퇴직지점장 재채용은 기존 인사제도의 틀을 탈피한 혁신적인 조직문화 구축 및 성과주의 강화를 위해 도입된 것이다. 성과와 노력에 상응하는 재채용 기회제공을 통해 현직 지점장 앞 동기부여 및 조직에 대한 긴장감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은행권의 '성과주의 도입'에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에 '노력한 만큼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성과 중심의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기를 바란다. KEB하나은행의 파격 인사는 신선한 충격이자 구조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주 행장은 40대 젊은 팀장도 지점장으로 대거 발탁했다. 강하고 젊은 조직의 KEB하나은행을 만들겠다는 판단에서다.
이번에 새롭게 보임된 지점장 58명 중 40대의 지점장이 총 24명으로 약 41% 차지한다. 또한 전체 신임지점장 58명 중 여성 지점장이 9명(약 15%)이다. 섬세한 손님관리 능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영업문화의 판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묻어난다.
이를 이해 함 행장은 영업본부장에게 인사나 예산, 영업추진의 전권을 부여하는 자율(책임)경영체제를 확립했다. 지역밀착 영업기반 확대하기 위해서다.
또 영업점 간 협업 강화 및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허브 앤 스포크 시스템 도입했다. 이에따라 시니어(Senior) 지점장인 허브(Hub) 영업점장에게 하위 스포크(Spoke) 영업점 직원 인사권한을 부여하는 등 현장 영업을 강화했다. 또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본부 조직 구성을 위해 전직원 대상 본부 부서 공모를 실시해 참신하고 전문성 있는 인재 발굴했다.
함 행장은 통합 시너지에도 힘썼다.
이를 위해 이번 상반기 인사에서 본부 인력 150명을 감축 등 2015년 9월 통합 이후 약 700명의 본점 인력을 영업점으로 이동 배치해 영업인력을 대폭 보강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 221명 등을 포함해 지난해 6월 전산통합 후 누적기준 2365명(52%)의 교차발령해 직원간 화학적 통합 촉진 및 강점 역량 확산을 도모했다.
은행 관계자는 "능력과 성과중심의 인사 문화,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의 조직 문화 확립이라는 함영주 행장의 확고한 인사철학이 뿌리를 내려갈 예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