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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최순실' 불똥 튄 삼성에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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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JUSITCE(정의란 무엇인가)'란 강의에서 트롤리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기차를 운전하는데 갑자기 브레이크가 고장났다. 이대로 기차를 계속 가게 놔두면 철로에 5명의 인부들이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길이 보인다. 그 길로 방향을 틀면 1명의 인부만 목숨을 잃게 된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도 철로 위에서 5명의 인부가 작업을 하는데 당신은 기차를 운전하는 게 아니라 철길 다리 위에서 그걸 구경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당신 옆에 어떤 사람이 있다. 당신이 그 사람을 밀어 철로 아래로 떨어뜨리면 5명의 인부는 목숨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떨어진 당신 옆 사람은 사망하게 된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번째 경우에서는 1명의 인부를 희생하고 5명의 인부를 살리는데 손을 든다. 그러나 두번째의 경우는 좀 다르다. 5명의 인부를 구하기 위해 1명을 밀어서까지 희생시키겠다는 사람은 첫번째 경우보다 적다. 샌델 교수는 질문한다. "왜 첫번째 경우엔 5명을 구하기 위해 1명을 희생시키면서, 두번째 경우에서는 그 원칙을 지키지 않았냐"고.

사실, 샌델 교수는 명쾌한 답을 주기 위해 이런 질문을 한 게 아니다. 정의란 무엇이고, 도덕이란 무엇인지, 그런 판단을 하는 근거는 무엇 때문이며, 그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상황을 예로 든 것이다.

그러면서 샌델 교수는 도덕 원칙을 '결과론적 도덕원칙'과 '정언적 도덕원칙'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결과론적 도덕원칙은 행동의 결과에서 도덕의 원리를 찾는 방법이다. 18세기 영국 철학자 제레미 밴덤의 공리주의가 대표적이다. 정언적 도덕원칙은 행동 그 자체의 본질적 성격을 고려해 도덕의 원리를 찾자는 방법이다. 18세기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대표적이다.

첫번째 사례에선 행동의 결과(어차피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적은 수가 희생하는 게 좋다는 것)가 중요시됐지만 두번째 사례에선 행동 그 자체(누군가를 밀어 떨어뜨린다는 것)가 중요시된 것이다.

이런 어려운 철학 얘기를 꺼내는 것은 특검의 기업수사를 보고 만감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특검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 실현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 국가 경제가 어렵다며 정의를 실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재용 구속이 정의 실현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특검이 보는 정의와 재계가 보는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검이 보는 정의가 '힘'이 세다는 것이다. 특검과 싸워 이길 기업이 어디 있나. 마찬가지로 대통령과, 정부와 싸워 이길 기업도 없다. 그렇게 기업은 늘 당해 왔다. 대통령이 힘이 셀 때는 대통령의 요구를 들을 수밖에 없었고, 특검이 힘이 셀 때는 특검에 무릅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가 갑자기 피의자로 변하는 것도 '힘'을 가진 자들의 의지였지, '을'의 위치에 있는 기업들 의지는 아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랬듯이, 정부에서 좋은 일에 쓰겠다며 돈을 내라고 했다가 갑자기 그게 뇌물이라고 잡아 가두겠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정의의 기준도 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오늘 정부가 30대 그룹 CEO들을 불러 모아 상반기에 채용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말이 요청이지, 기업 입장에선 뭔가 또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기업들 윽박지르고 또 다른 한쪽에선 뭔가를 달라고 하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찾는 '정의'란 게 과연 어떤 정의인지 헷갈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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