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오르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난달 주춤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다만 13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 달새 3조5000억원 늘었다. 전월 증가액 8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2월 2조9000억원 증가한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주담대 증가액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말 주담대 잔액은 533조원으로 한 달간 3조6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증가액은 6조1000억원이었다. 전월 대출 선수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훈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대출금리 상승세 등에 따른 전월 대출 선수요가 12월 주담대 증가 규모 축소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중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9000호로 전월 1만1000호와 비교해 2000호 감소하며 주택거래량 자체도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주택 청약 규제 등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서울 재건축 시장 등이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최근 지난해와 올해 집단대출로 인한 주담대 증가액이 월평균 3조원에서 4조원 사이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가계대출 증가폭이 크게 감소하긴 했지만 월간 증가액이 아직까지 3조원을 넘는 다는 점에서 증가 추세를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지난해 말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나머지 대출 잔액은 174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000억원 감소했다. 직장인들이 연말 상여금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 말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5조원 준 74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이 154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2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이 590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8000억원 각각 줄었다.
김 차장은 "보통 연말이면 은행의 부실채권 상각이 많은데다 기업들도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상환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대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