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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연/전시

[스타인터뷰]"반복된 실패가 용기로" 작가 구혜선, 전시회에 담은 진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인전 'dark YELLOW'을 개최하는 배우 겸 감독 구혜선/메트로 손진영



배우 아닌 작가로…오는 29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개인전 'dark YELLOW' 개최

피아노 악보 및 사운드, 작품이 융합된 색다른 감성의 전시

전시회는 무료…"다양한 생각을 알아가고 싶다" 목표

"어렸을 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20대 중반을 지나서는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컸어요. 그러나 이젠 제 작품을 보시는 분들의 생각이 궁금해요. 비우고 버리는 마음이 바로 이 전시회의 시작점이었어요."

누군가는 구혜선을 두고 '프로 도전러'라 부른다. 배우, 영화 감독, 작가, 작곡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 넓은 활동을 펼쳐온 구혜선이기에 가능한 수식어다. 그런 구혜선이 이번엔 작가로 돌아왔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 7전시관에서 열리는 구혜선의 개인전 '다크 옐로우(dark YELLOW)'는 '순수와 공포, 그리고 자유'를 주제로 기획됐다.

구혜선은 "전시 준비를 하면서 정말 힘들었다. 전시회라는 게 정말 간단치 않다. 준비할 게 너무 많아서 '이걸 내가 왜 했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잘 준비된 전시회를 통해 "골병이 날 정도였다"던 구혜선의 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dark YELLOW'는 피아노 악보와 음악, 미니멀리즘 아트를 결합해 색다른 감성을 표방한다.

구혜선은 삼각형과 그 속을 부유하는 수많은 선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 자꾸만 꿈이 생기는 것'이라는 반어적 내용을 표현했다.

"그림도 음악도 안 하려고 했어요. 집에 있던 피아노도 버렸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만 해야겠다, 안 해야겠다 생각을 하면서 뭔가를 계속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결국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일관되게 표현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됐어요."

그러나 거듭된 실패는 구혜선에게 '꿈'이라는 존재를 '두려움'으로 바꿔놨다. 그리고 이를 다시 '꿈'으로 돌려놓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장편 영화 3편을 만들었는데 모두 실패했어요. 시도는 계속 하지만 결과가 잘 나지 않을 때는 주변의 기대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잖아요. 예전과 달리 이젠 그런 현실을 이젠 좀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거죠."

개인전 'dark YELLOW' 작품 앞에서 포즈 취하는 구혜선/메트로 손진영 기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자본적인 부분이다. 구혜선은 "자본적인 걸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건 당연하다"라며 "그런 것들을 일찍 경험하면서 현실의 벽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보기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꿈도 다 이뤘다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도 현실적인 고민이 늘 있어왔다"고 덧붙였다.

구혜선의 말처럼 어떤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 도전을 거듭하는 그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랜 고민의 시간을 거쳐온 만큼 구혜선은 한층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어떻게 보시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제가 야무지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또 반대로 불편하게 보시는 분들도 있을 거다"라며 "그렇지만 그런 다양한 생각을 이해한다. 저조차도 그렇게 바라볼 때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자신감 넘치던 20대 때와는 또 다른 생각의 변화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은 이 전시회를 개최한 목적과도 맥을 함께 한다.

그는 "제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기 보다, 이 사람은 이런 인생을 살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보셨으면 좋겠다. 공감이 있다면 또 저와 다른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시지 않을까. 이 전시회를 통해 그런 다양한 생각들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무료로 진행돼요. 이 장소를 선택한 이유도 다른 거 보러 오셨다가 겸사 겸사 보시러 오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만약 제가 어느 지방에서 개인전을 한다고 했을 때 거기까지 오시기 쉽지 않잖아요. (웃음) 잡지 사면 들어오는 '부록' 같은 느낌의 전시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러나 구혜선의 작품은 꽤 높은 가격을 호가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잡지의 부록'이라는 표현과는 괴리가 있는 것. 이와 관련해 그는 "사실 저는 지금껏 작품 가격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경제, 투자 이런 부분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라며 "과거 고가에 그림이 팔렸던 것도 사실 백혈병 환아를 돕는다는 취지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제 작품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늘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금액을 정했다. 너무 고가로 팔리는 건 오히려 작품의 본질을 퇴색시키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물론 누구나 돈이 눈 앞에 있으면 뿌리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아예 안 만들고 싶다. 잘 된다면 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작가로 돌아온 구혜선/메트로 손진영 기자



구혜선은 이날 "반복된 실패로 비관적인 마음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시간이 만든 용기가 새로운 삶의 태도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인생의 오점이 여러 개가 되니 결국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것. 의도치 않게 생겨난 반어적인 태도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또 한 번 꿈의 발판이 된 것이다. 무수한 고민을 통해 완성한 새로운 꿈. 작가 구혜선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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