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유통>유통일반

[르포] 움츠린 서민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

28일 오후 1시 강남에 위치한 중고 서점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김유진 기자



가벼운 주부들의 장바구니…"이번주도 냉파에 주력"

서민들, 생필품 마저 소비절벽 실감

필수 소비는 중고·리퍼브 매장에서

"정말 월급 빼고는 다 오르네요"

경기도 하남에 사는 10년차 주부 김민선(38)씨는 '알뜰 장보기'를 포기했다. 대형마트에서 필요한 물품 몇 가지만 쇼핑카트에 담았는데 벌써 예산 초과다. 올 한해 맥주와 빵, 라면, 달걀 등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살림살이가 그야말로 '팍팍'해 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매번 장볼 때마다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걸 체감한다"며 "계산 하기 전에 '더 뺄거 없나'를 고민한 뒤 계산을 하는데도 영수증을 보면 돈을 많이 썼다는 생각에 깜짝 놀래곤 한다"고 한탄했다. 이어 "예전에는 5만원 어치 장을 봐도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요즘은 10만원 어치 장을 봐도 택도 없이 부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올 해 들어 식품 물가가 크게 올랐다. 특히 서민들의 식품을 대변하는 라면과 맥주가 인상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지난 20일부터 신라면과 너구리 등 18개 브랜드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오비맥주는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국산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올렸다. 이에 질세라 하이트진로도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2% 인상했다. 계란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홈플러스는 4.5%, 롯데마트는 5.2%로 올렸다. 중소 마트에 가면 계란 한 판(30개) 가격이 1만200원이다. 계란값이 올라 금란(金卵)으로 불릴정다.

어쩔수 없니 김 씨는 '냉파'로 돌아섰다. 냉파는 주부들 사이에서 쓰는 은어로 '냉장고를 파먹는다'는 의미다. 냉파는 비싼 물가 때문에 소비 자체가 무섭다 보니 냉장고 안에 축적해 둔 음식부터 해결한 뒤 식품을 구매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살아가면서 가장 필수적인 '식품 소비'에서 조차 돈을 마음껏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소비에 움츠린 서민들은 '중고 시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번 썼던 물건을 재구매 할 수 있는 중고시장, 흠집이 나서 대규모 할인가에 내놓는 리퍼브 시장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28일 기자는 강남에 위치한 한 중고 서점을 찾았다. 오후 1시 점심 때가 지난 시간에 책을 사고 팔고 보러온 사람들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넘쳐났다.

서점 안에는 '중고' 서점이라고 하기엔 무색할 정도로 신간 도서들도 많았다. 최근 6개월 미만의 신간 도서를 중고로 팔 수 없게 돼 말그대로 '뜨끈뜨끈'한 신간은 없었지만 출판된 지 1~2년이 안된 깨끗한 책들이 즐비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온라인몰에서도 중고 시장은 '핫'하다. 오픈마켓 G마켓에 따르면 과거 중고 거래 상품은 PC, 노트북 등 고가의 디지털 제품이 다수였으나 최근에는 의류, 명품까지 품목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G마켓의 중고 판매 증감률은 여아 의류 203%, 남아의류 172%, 골프클럽 155% 등 품목별로 큰 상승세를 보였다.

G마켓에서는 특히 아이가 자라면서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거나 사용 기간이 길지 않은 유아동 용품의 신장세가 높았다.

같은 기간 옥션에서도 중고책 170%, 음반·영화 43%, 컴퓨터 부품 42% 등의 중고 품목이 전년 대비 판매가 늘었다.

옥션 관계자는 "중고 제품 외에도 리퍼, 반품, 전시 상품 구입을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중고 스트리트' 전문관을 운영하고 있는 11번가도 같은 기간 중고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51% 올랐다.

한샘 인테리어 올랜드 아울렛 파주점 전경. /박인웅 기자



중고 시장과 함께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서민들이 찾는 곳은 '리퍼브(refurb) 매장'이다.

중고 제품과 달리 리퍼브제품은 공장에서 출고될 때 흠이 있거나 반품된 제품, 전시상품 등을 다시 손질해 할인가에 내놓는 제품이다.

유통업계에서도 '리퍼브'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인테리어 전문업체 한샘은 경기도 파주시에 '한샘 인테리어 아울렛 올랜도 파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이 곳은 평일임에도 소파, 침구 등 가구를 보기 위한 소비자들이 곳곳에 보였다. 이 곳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리퍼브 가구를 보러오는 손님이 많아 특히 주말에는 주차장이 만원을 이룬다고 전했다.

파주에 있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에서도 리퍼브 제품을 볼 수 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은 1층에 '전시몰'을 운영하며 노트북, PC 등 디지털 제품과 가전제품 등을 할인가에 내놓는다.

현대리바트도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현대시티아울렛 '리바트스타일샵'에서 리퍼브 제품을 판매한다. 특히 가구나 가전제품 등 고가의 상품은 새 제품으로 사기 부담스러워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서민들의 소비가 점점 움츠러들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8월까지 소비자물가는 0%, 9월에는 1%를 넘어섰다. 생활물가지수도 지난달부터 1%를 넘기 시작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