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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행

[韓경제, 위기라 말하고 희망이라 쓴다]<15> 은행, '신의 직장' 옛말

비대면거래 강화·성과연봉제 이슈 등 영업환경 악화…실적·정신적 압박 등 근본적 문제도 여전

"은행이 위기라면 은행원은 벼랑 끝에 있는 셈이죠."

서울시 종로구 A은행에서 일하는 5년차 대리 김 모씨의 말이다. 은행업이 암울하다. 안으로는 실적압박과 감정노동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밖으로는 저금리시대에 비대면 거래 증가, 성과연봉제 논란 등에 짓눌리고 있다.

은행원도 위축되고 있다. 점포수가 줄면서 1인 업무량이 늘고 개인 시간은 급격히 줄었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지인들의 번호를 뒤적이다가 이내 민망해진다. '신의 직장' 신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김 씨의 이야기지만 은행원 대부분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시중은행 5곳 지점 수 비교.



◆영업환경 악화…설 곳 없는 은행원들

27일 서울시 서초구 B은행 직원 박 모씨는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직장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박 씨는 "은행원이 되려면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했는데, 입사해 보니 더 치열한 현장에 온 것 같다"며 "지점이 축소되고 은행원의 희망 퇴직 규모를 보면 벌써 무섭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은 빠르게 지점들을 통·폐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NH농협은행의 9월 말 현재 출장소 등을 포함한 지점 수는 총 4944개로, 지난해 말(5096개) 대비 152개(2.98%) 줄었다.

국내 은행들이 지점을 줄이는 것은 인터넷·모바일 발달에 따른 비대면 거래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뱅킹의 하루 평균 이용건수는 4239만 건으로 지난 2012년(1294만 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사라진 지점의 자리는 스마트기기가 메우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PC를 이용한 외부영업, 자동화기기(ATM), 디지털키오스크 등이 영업 일선에 들어왔다.

여의도 C은행에서 일하는 4년차 주임 최 모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은행원을 대체할 만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며 "매년 희망퇴직 인원이 늘어나고 직원 수는 줄고 있어 불안하다"고 했다.

9월 말 신한·우리·국민·하나은행의 직원 수는 6만5641명으로, 지난해 말(6만6618명)보다 977명 줄었다. 은행들이 희망퇴직에 속도를 내는 만큼 직원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KB국민은행이 근속 10년 차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2800여 명의 직원이 퇴직을 신청했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은행원들이 영업 시간 종료 후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채신화 기자



◆실적압박·감정노동 '끝이 안 보여'

실적압박과 감정노동 등 근본적인 문제도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 D은행에서 일하는 3년차 주임 정 모씨는 "지점과 지점 당 직원은 줄어드는데 내점고객은 그대로인데다 신상품에 대한 영업 압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도 너무 민망하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E은행에서 일하는 8년차 과장 이 모씨는 "얼마 전 옆자리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손님이 기분이 나쁘다며 침을 뱉더라"며 "매일 고객을 응대하면서 받는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은행원들은 연봉과 복지에 대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쓸 시간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향후 전망을 고려해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려는 직원도 다수다.

동대문구 F은행에서 일하는 9년차 과장 신 모씨는 "은행원 연봉은 직장인 중 국내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러 명목으로 (세금을) 떼는 것이 많아 실수령액은 높지 않다"며 "게다가 점점 은행업이 불안해지고 있어서 40대를 준비하며 내년에는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쪼개서 다른 분야를 공부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올해 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강력 주문하고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한다. 최근 KB국민·신한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이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신 씨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누가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 공과금수납, 모출납 등 기본적인 업무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대출할 때마다 방카, 펀드 등 꺾기가 활성화될 것이고 민원도 엄청 들어올 것이다. 은행은 전통적인 기능을 하기보다는 보험대리점이나 증권사 영업점과 같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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