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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떡볶이와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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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언론인·세태평론가

강퍅하게 번성한 아파트 군락에서 홀로 핀 전통시장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억척스럽긴 해도 그나마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침이 튈지언정 오가는 흥정 속에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는 건 여전하다. 대형 마트들은 이 전통시장의 전매특허에 노다지가 숨어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흥정은 '1+1 덤', 인심은 '고객만족서비스'로 대체하고, 느긋한 저잣거리를 성급한 에스컬레이터 길로 포장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을.

대형마트는 그러나 용도변경을 하지 못한 게 하나 있다. 오랜 세월 전통시장에 더께로 내재된 정감! 어릴 적 향수가 기시감으로 와락 밀려드는 그 유전자 말이다. 답답할 때 시장 바람을 쐬면 까닭 모르게 복받쳐 오르는 설렘이랄까. 그 옛날 접어뒀던 시장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그 곳과 오버랩 되면서 미소를 머금게 하곤 한다. 예나 지금이나 볼거리가 많은 한 폭의 풍물화에 다름 아니다. 그 시장을 품고 있는 아파트에 십 수년째 눌러 앉은 까닭이다.

장보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시장 초입부터 반기는 좌판들. 부추, 양파, 대파, 양배추, 감자, 고구마가 널브러져 있다. 어느 할머니의 호객 구호가 이색적이다. "이런거 저런거!" 이 많은 채소를 줄줄이 알사탕으로 읊으려니 버거웠을 것이다. 그걸 뭉뚱그렸을 터인데 기막힌 표현이다. 그런데 묶음마다 크기가 들쭉날쭉이다. 그러니 고객도 '이런거 저런거'를 고르게 된다. 그러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등에 시선이 얹히면 가격을 묻지 않게 된다. 부르는 대로 지불한다.

시장 속을 들여다보면 흥미진진하다. 몇 달 전 떡볶이 장터에 큰 지각변동이 일었다. 한산했던 한 떡볶이 집이 방송을 탔다. 전국의 내로라는 떡볶이 마니아들을 흥분시켰다. 방영된 장면은 사진에 담겨져 간판으로 내걸렸고, 고객은 줄을 이었다. 그 옆 꽈배기 집과 김밥 집은 때아닌 대목을 만나 손놀림이 바빠졌고, 시장 안은 덩달아 북적댔다. 떡볶이가 미끼 상품이 되면서 시장 집객력이 높아진 거다. 시장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모두가 반긴 건 아니다. 그동안 불티나던 그 안쪽 떡볶이 집 주인은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맛에 대해선 사람들은 그게 그 맛이라고 했다. 하루아침에 대박과 쪽박의 기로에 선 두 집. 대박 집은 여세를 몰아 점포를 확장했고,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했다. 쪽박집도 이에 질세라 의자를 새 단장하고 인심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단골들을 돌려세웠다. 지금은? 예전 상황으로 돌아갔다. 고객수가 엇비슷해지더니 언제부터인가 대박 집 아르바이트생이 사라졌다.

생선가게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여섯 군데나 되니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많이 팔리는 국민생선 고등어가 승부처다. 한 가게는 댓바람부터 휘늘어진 뽕짝을 튼다. 아침 손님은 그 집 차지다.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는 하루 분량만 매대에 올린다. 일찌감치 동나니 안달이 나는 쪽은 고객이다. 얼마나 맛있길래? 손님이 끓이질 않는다. 재고가 없으니 싱싱한 편이다. 가격 대비 맛도 있어 일명 '가맛비'도 좋다. 한계효용의 희소가치를 간파한 실속파 부부다.

또 다른 한 가게는 수북하게 진열한다. 회전율이 낮아 며칠째 묵는 구조다. 발길이 휑하다. 고객몰이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시장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그 집만 개점한 적이 있다. 손님이 쏠리는 풍선효과를 보긴 했는데, 이때다 싶어 묵은 재고품을 처리한 게 문제였다. 고등어의 신선도는 구워보면 드러난다. 고객을 창출할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소비위축이 7년 만에 최고라는 소식이다. 소비진작의 타이밍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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