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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릴레이 인터뷰] 김성환 구청장이 꿈꾸는 '녹색 교육 공동체 노원'

각종 자료에 둘러싸인 채 일하던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사진을 찍기 위해 서류더미를 황급히 옆으로 옮겼다. 김 구청장은 지친 기색 없이 곤충 생태 학습관의 조감도를 펴고 "봄에 지붕이 열리는데 망이 설치돼 있어 나비가 떠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손진영 기자



서울 노원구 마들근린공원은 항상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지구의 길' 덕분이다. 지난 6일 지구의 길 끝자락을 가보니, 학부모와 아이 세 쌍이 암컷과 수컷 그림자를 밧줄로 잇고 있다.

"다음에는 아빠랑 오고 싶어요." 아이들은 엄마 손을 붙잡고 빅뱅 이래 수십억년에 걸친 세포 간 공생과 인류 진화 과정을 둘러봤다. 이도(4) 군은 "남자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 알게 돼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줄을 잇는 유성생식 순서가 제일 재밌었다"고 말한다.

지구의 길은 노원구가 지난 5월 조성했다. 주민들은 노원에코센터를 둘러싼 마들근린공원 산책로를 걸으며 지구 역사의 주요 사건을 살펴볼 수 있다.

지구의 길 해설사 이상희(50·여)씨는 "한 번 다녀가신 분들은 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지는 지구의 길을 다시 찾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거대한 체험학습장이다. 구청장실은 숲과 나비, 태양과 꿀을 빚는 대장간이었다. '현대사회학' '마을이 학교다' '코스모스' '총·균·쇠' 등 우주와 연대의식으로 가득한 책장 맞은편 천장에는 지구본이 매달려있다. '녹색 대장장이' 김성환 구청장은 곤충 생태학습관의 조감도를 보여주며 "봄에 지붕이 열리고 추울 때 닫히는 식"이라며 들떠있었다.

6일 지구의 길에 있는 '유성생식' 부분에서 아이들이 암수를 줄로 이으며 성별 개념을 배우고 있다. 학부모와 아이들은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이범종 기자



◆지속 가능한 발전 위해 태양열 보급

노원구는 '교육중심 녹색복지도시'를 내세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노원구의 녹색 사업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도시 농업, 자원 순환 마을, 생태 환경 교육이다.

현재 노원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미니태양광 보급율 1위다. 2014년부터 지난 9월까지 구에 설치된 태양광은 1637개다. 2위인 양천구가 906개로 압도적이다.

노원구는 태양광 보급을 위해 주민설명회와 SNS 등으로 홍보해왔다. 신청 가구에는 설치비의 절반인 30~6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올해에는 임대아파트 1200가구에 무상으로 베란다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기로 했다.

태양광 설치 효과를 본 구민도 많다. 낮에 햇볕이 내리쬘 때 전기를 모았다가 남은 전기를 활용하니 계량기가 거꾸로 돌았다. "가구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월 1~2만원 효과를 봐요. 어떤 분은 5만원도 이야기하더라고요."

처음엔 김 구청장이 개인적으로 시작한 뒤 구 사업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시가 50가구에 시범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신청했어요. 구청장이 직접 하면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죠. 그래서 저희 집이 노원구 1호랍니다(웃음)."

노원구청에서 유용미생물로 만든 EM용액을 주민들이 받아가고 있다./노원구청



◆벌은 의외로 얌전…"도시 양봉 걱정 마세요"

"옛날엔 무서웠죠. 그런데 생각보다 벌이 착하더라고요."

노원구는 버섯재배와 도시양봉 등 친환경 도시농업도 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99명이 도시양봉학교 수료증을 받았다. 지속 가능한 성장도 좋지만, 벌떼에 위협을 느끼는 주민도 있지 않을까.

"어느날 벌집에서 꿀을 분리하는 '채밀' 작업을 구경했어요. 저는 온 몸에 보호구를 끼웠는데, 강사는 밀짚모자 하나만 쓰고 왔더라고요. 그런데 수천마리 벌이 얌전한거예요. 문화 충격이었죠. 만화영화와는 달라요."

벌들은 수락산 근처와 중계 4동처럼 일반 주택과 떨어진 곳에 산다고도 했다.

유용미생물군(EM) 보급도 한창이다. EM은 유산균처럼 자연 환경에 유익한 미생물을 조합해 배양한 미생물 복합체다. 노원구는 EM 발효 자동화 설비를 갖춘 '노원EM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2t 용량 발효기 4대가 설치돼 있다. 구민들은 가까운 동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발효액 0.9ℓ를 받아갈 수 있다. 가정에서 음식물쓰레기를 EM발효액과 혼합해 발효시키면 퇴비가 된다. 이 외에도 EM은 악취제거와 토양 복원, 청소를 비롯해 무좀 퇴치에도 쓰인다.

김성환 구청장이 월계초등학교학생들과 방문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노원구청



◆녹색·공동체·교육의 삼박자

마들근린공원 속 지구의 길은 역사의 길과 마주한다. 그 사이에는 '희망의 나무'가 서있다. 45억년 끝자락에 피어난 한국사를 마주한 아이들은 나뭇가지에 ''위안부'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어요'를 달아놓았다. 김성환 구청장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고심하고 있다"며 "노원구의 아이들이 우주적인 시각을 갖고 우리의 현재를 이해하는 청소년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6일 인터뷰에 앞서 찾은 마들근린공원 내 지구의 길과 역사의 길 사이에는 희망의 나무가 있다. 나뭇잎에 적힌 소원에는 대부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길 바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이범종 기자



이렇듯 노원구의 교육은 녹색 공동체의 연대의식에 기반한다. 온수골·공릉동·불암골에 세워진 '행복발전소'가 대표적이다. 김 구청장은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 시설을 운영하고 마을이 변해가는 모습을 뿌듯해했다.

"한 달 전, 불암골 주민들이 시와 책과 음악에 둘러싸여 토론하는 모습을 봤어요. 행복한 삶은 따로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뒹굴었으면 해요. 부모들은 차를 마시며 육아에 대해 토론하고요."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수학문화관을 짓기 위해 독일과 일본, 미국을 방문했다. 김 구청장은 "미국 '모메스'에 있는 자전거 바퀴가 하나는 세모고 하나는 네모인데, 바닥이 움푹 들어가서 자전거가 앞으로 간다"며 "이것보다 재밌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손진영 기자



◆구민의 환경권 "헌법에 따라"

노원구는 2013년부터 '마을이 학교다!'를 외치고 있다. 지금까지 마을학교 1286곳에서 학생 9534여명이 수강해왔다. 교실은 따로 있지 않다. 자원봉사적 세대교육을 원하는 사람이 심사를 거쳐 약간의 봉사료를 받는다. 학생이 낼 수강료는 없다. 재료비만 부담한다. 노인정에서 할아버지가 서예를 가르치는 식으로 '지역커뮤니티형 마을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노원구는 이외에도 더불어숲과 수학문화관, 서울우주학교와 곤충 생태학습관을 짓고 있다. 김 구청장은 사교육 의존 분위기에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자유롭게 상상하며 학령기를 보내는 조건이 온다"며 "노원이 그 조건을 만들어가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성환 구청장은 "역사 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을 쓰려면 헌법 전문을 바꿔야한다. 위헌"이라며 "일종의 기만"이라고 비판했다./손진영 기자



노원구 주민들은 누구나 손바닥만한 헌법책을 한 권씩 갖고 있다. 김 구청장은 "권력자의 사적 이익 추구를 견제하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밝히는 핵심이 헌법"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전문과 제1장입니다. 우리의 기본권과 환경권, 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위해 여야가 경쟁해야 합니다." 손바닥 헌법책에 대한 반응이 좋아 최근 대구 등 다른 지자체에 나눠주기도 했다.

김 구청장은 구민을 향한 인삿말에 정책 홍보를 넣지 않았다. "지금은 자라나는 청소년에 부끄럽지 않은 멋진 대한민국으로 다시 태어나는 진통"이라던 그는 헌법책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힘든 시기를 함께 잘 돌파해 더 멋진 한국을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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