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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마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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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언론인·세태평론가

세상 공기가 흐리멍덩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핏대를 세우는 TV의 일기예보는 안 그래도 어수선한 마음을 더욱 헝클어놓는다. 나라 안팎으로 야단법석이니 그럴 것이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 말이다. 이럴 땐 세상을 환기시켜줄 굿 뉴스에 갈증을 느낀다. 시선은 어느새 멍 때리듯 모로 향한다. 그 즈음이었을 것이다. TV 화면에 얼굴을 채운 한 미니멀리스트의 한마디가 귀를 쫑긋 세운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지 물건들이 노는 곳이 아니다!

집안 물건들을 최소한으로 줄여 생활하는 이른바 '미니엄 라이프'. 물건들의 속박에서 벗어난 그의 삶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르겠다. 모으고 쟁여놓고, 그래서 세월의 더께가 앉은 물건 틈에 갇혀 허우적거렸으니.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에 집착한 나머지 버리지 못해 보관하고 관리하는 데 시간과 공간을 너무 허비했다. 하지만 단방에 털어내기가 그리 쉬운가. 쌈짓돈을 만지작거리며 요모조모 저울질해 어렵사리 집안에 들여놓은 것을.

내 지인의 말이 걸작이다. 그는 동네 인근 대형 마트가 자신의 창고란다.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보관해주고 꼼꼼하게 관리해준다는 거다. 편의점은 24시간 개방해둔 창고라나. 잡다한 짐들을 마트에 맡겼으니 그의 집은 사람이 숨 쉬는 쉼터다. 비움으로써 외려 삶의 여유와 행복이 더 웅숭깊어진다는 비움의 역설. 수년째 잠자고 있는 장롱 속 옷들이며 계륵 같은 애물단지들을 한가득 털어냈다. 끈질기게 늘어지는 집착증을 뿌리치면서.

그런데 물음표 하나가 퍼뜩 스친다. 집안의 방은 그렇다고 치고 우리네 '마음의 방'은? 뒤숭숭하고 갑갑하다. 각종 루머(rumor)들이 어슬렁거린다. 절망감과 각종 의혹으로 사회가 달뜬 듯 불안정하니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희노애락이 공존하던 이런저런 추억의 조각들을 마음 한 켠으로 밀어내고 똬리를 튼 지 오래다. 루머는 집안의 물건처럼 내 의지로 털어낼 수도, 망각 속에 욱여넣을 수도 없다.

에리히 프롬은 일찍이 이런 루머를 감정전염의 하나로 봤다. 사람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며 변화무쌍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확대 재생산되고 한번 불붙으면 걷잡을 수 없는 게 루머의 속성. 광폭 첨단 미디어인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축지법을 쓰니 루머의 전파력은 가히 빛의 속도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 옛날 우물가와 빨래터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던 입방아 루머가 아니다.

심리학자들의 입을 빌리면 루머는 의혹이 클수록 덩치는 커지고 속도도 빨라진다. 가파른 비탈길을 구르는 눈덩이와 같은 이치다. 일단 한번 돌면 잠재우기 어렵고 해명하려 들면 더욱 증폭되는 게 루머의 고질병이다. 여기에다 각종 국내외 경제지표들은 불확실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장기실업자는 늘었고 이중 청년층(15~29세)의 비중이 44%로 가장 높다니 이 겨울 국민들 마음의 방은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유쾌한 루머는 없는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다. 나비넥타이.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한 한 연예인이 매고 있던 나비넥타이가 유난했다. 나비넥타이를 매면 행운이 뒤따른다는 루머가 맴돌아서다. 2016년 끝자락에서 서성거리는 대한민국은 지금 국민들 마음의 방을 다독여줄 행운의 나비넥타이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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