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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천박한 가치와 경박한 미술시장

[홍경한의 시시일각] 천박한 가치와 경박한 미술시장

홍경한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



작품이 '상품'처럼 취급될수록 예술의 가치는 곤두박질친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작가들을 시장판으로 내몰수록 철학적 사고 대신 얄팍한 자본논리부터 익히는 위험에 노출되며, 예술을 매개로 사회와 인류공동의 화두에 끝없이 질문하는 미학적인 태도에 앞서 '취향공동체'에 읍소할수록 미술의 하향평준화는 더욱 심화된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경영지원센터 등의 정부 및 산하기관들을 앞세워 대중 눈높이에 맞춘 행사에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미술시장진흥을 기초예술 보호로 오판한 듯 '융단폭격'에 가까운 미술시장정책을 펼쳤고, 돈을 쥐고 흔들며 현장에 개입해 미술의 역할을 심미적, 장식적 환경조성으로 변질시켰다.

일례로 박근혜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발표한 '2014-2018 미술진흥중장기 계획'은 작가보수제도(Artists' fees) 도입과 학예사제도 개선 추진, 사립미술관 100개소 내외에 체험·교육프로그램 지원 등의 일부를 제외하곤 거의 미술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아트페어 지원', '해외 유수 아트페어 유치 지원', '전국 미술장터 개설', '아트페어와 연계한 실험·비영리 전시 지원' 등 한두 개가 아니다. 여기에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 '창작스튜디오 아트페어 개최'까지 덧대면 '미술진흥중장기계획'은 사실상 '미술시장진흥중장기계획'에 가깝다.

최근 들어서도 정부는 작가와 갤러리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겠다는 취지로 '코리아 갤러리 위캔드', '해외 아트페어 참가 지원 공모', '우리 동네 아트페어' 등의 다양한 행사를 통한 시장중심정책과 지원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기존 아트페어와 달리 창작자와 직거래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작가미술장터'와 같은 직거래 형식의 행사에도 혈세를 아끼지 않는 중이다. 유휴공간을 미술거점으로 삼는 '작은 미술관 조성 사업' 등의 몇몇을 제외하곤 그야말로 '미술의 상업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실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비판 없이 습속 되고 순환될수록 미술의 깊이와 다양성이 거세된 국민들의 편향적 미술소비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또한 현실과 개인의 삶 사이의 관계를 지각과 감수성의 층위에서 창조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세계와 삶에 대해 매개하는 미술의 본원적 가치마저 외면하는 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미술인들의 소득과 관계되는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인정 및 관심을 부정해서도 안 되지만, 그것이 곧 단순산업생산과 구별되지 않는 지점을 가리키는 게 아님을 망각해서도 안 된다. 달리 말해 시장정책도 필요하나 그것에 견줄만한 기초예술정책의 현실화, 최소한 시장에 목매지 않아도 미술 활동이 가능한 복지환경 역시 필요하다. 결국 절대적 균형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시장중심형 정책들을 보노라면 뭔가 바람직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니, 무너진 기초예술과 붕괴된 예술현장을 살리는 대안으로 '경영'과 '시장'을 내세우는 행태에서 오히려 천박하다는 느낌이 크다.

사회적 의사표시로서의 미술의 경제성이 곧 미술품의 가격임을 모른 채 '제품'을 찍어내는데 급급한 일부 미술인들도 얇기로는 매한가지다. 미술의 상징가치를 상품가치로 탈바꿈시키거나 그저 재화획득을 위한 하나의 콘텐츠로 전락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론 예술의 자율성 박탈임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왜 미술은 상업성을 띠면 안 되느냐고 묻는 단천함, 미술인을 유통업자 혹은 장사꾼으로 둔갑시키는 정부정책에 자각이 없다는 것에서 특히 그렇다.■ 홍경한(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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