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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연극 '블랙버드', 누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연극 '블랙버드' 포스터/수현재컴퍼니



연극 '블랙버드' 포스터/수현재컴퍼니



연극 '블랙버드', 누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두 남녀의 엇갈린 진술과 끝까지 내릴 수 없는 결론

소극장 2인극이 이렇게 풍성하고 무대를 에너지로 꽉 채울 수 있다니! 배우 조재현-채수빈-옥자연이 화제의 연극 '블랙버드'로 대학로 연극 무대에 선다.

지난 13일 베일을 벗은 '블랙버드'는 불편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호연과 시종일관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 그리고 팽팽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블랙버드'는 15년 만에 만난 두 남녀가 15년 전 사건을 두고 서로 엇갈린 기억을 쏟아내는 형식의 2인극이다.

연극은 20대 우나가 50대의 레이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15년 전, 즉 우나가 열두살 때 성관계를 가진 사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우나와 미성년자 성적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수감생활을 마친 후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레이.

우나는 원하는 것을 얻은 레이가 자신을 모델 방에 버리고 도망갔다고 믿는다. 하지만, 레이는 그것은 오해라며 과거의 기억을 맞추어 보려한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자신에 대한 방어 본능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이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대화를 시작한다.

레이 역에 원캐스트로 출연하는 조재현은 '명품 배우'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진가를 발휘하며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범죄자의 낙인이 찍힌 인물이지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에 관객은 동정심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상처받은 우나를 끝까지 외면하는 모습에 실망감이 몰려든다. 조재현은 연기의 강약을 조절하며 레이의 감정선을 끝까지 표현해낸다.

우나 역은 옥자연과 채수빈이 더블캐스팅됐다. 두 여배우는 우나가 슬픔, 분노, 고통의 감정을 숨긴 채 여유로운 척하며 찾아온 순간부터 인물들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블랙버드'는 2005년 영국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 공식개막작으로 초연된 후 십여 년동안 영국, 호주, 캐나다, 스페인,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됐다. 국내에는 2008년 추상미, 최정우 주연으로 처음 소개됐다. 이후 8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과 캐스팅으로 돌아온 것. 이번 연극을 이끄는 문삼화 연출은 앞서 공연된 초연보다 작가 데이비드 해로우어의 의도가 보다 생생하게 전달되도록 초점을 맞춰 업그레이드 됐다. 또한, 번역본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대사를 수정했고, 배우 각자가 맡은 캐릭터를 본인들만의 색깔로 해석할 수 있게 했다.

연극은 마치 편집 없는 리얼 다큐멘터리처럼 15년 만에 만난 남녀의 감정 충돌을 90분 동안 관객에게 전달한다.

게다가 특이점이라면, 여타 소극장 연극처럼 장면 전환이 없기에 끊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엇갈린 과거를 진술하는 두 남녀를 통해 구체적인 장면들이 묘사된다. 관객은 연출된 장면없이도 그들의 과거를 머릿속에 그리게 될 것이다. 기억의 퍼즐이 완성될 때즈음, 이야기는 다시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곳곳에 있는 풀리지 않는 단서들은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과연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거짓으로 남겨둬야 하는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끝까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90분간의 연극 '블랙버드'는 내달 20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레이(조재현) 우나(옥자연)/수현재컴퍼니



레이(조재현)우나(채수빈)/수현재컴퍼니



조재현/수현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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