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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비정상 혼(魂)의 세태

홍경한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



현 정권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일가와 측근들이 대한민국을 흔들어놓고 있다. 일개 여인이 자신의 패거리들과 함께 공사 구분 없이 국정에 개입해 제 마음대로 세상을 난도질한 수어지친(水魚之親)의 막장이다.

허나 그릇된 유유상종의 폐해는 경제계와 학계를 비롯해, 예술판도 예외로 두지 않는다. 발화지점과 규모, 결은 다를지라도 이곳 역시 정치력과 연줄, 학연, 지연 등에 따라 될 일도 안 되고 안 될 일도 된다.

일례로 대중가수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 전통문화를 다루는 문화재단의 사장으로 임명되고, 후원회장이 이사장으로 변신한다. 아마추어 예술가가 느닷없이 문화예술기관 대표이사로 둔갑하기도 하며,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미술기관 수장도 맡는다. 이 중심엔 숙주로 삼는 권력이 있고, 작던 크던 그저 '자리'에 오르는데 얼마만큼 기여했느냐와 친밀도라는 가장 가치 있는 조건이 놓여 있다.

외적으론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준으로 한 인사 공모를 거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많은 국공립 예술관련 기관장이나 중요한 보직에 앉은 어느 누군가는 정치력과 연줄의 부산물이 아니라고 단정하지 못한다. 사실상 이미 내정(內定)되어 있음을 확신하게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설마 했던 소문이 실체화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모든 것들은 곧잘 교주와 신도 마냥 지자체장의 측근이거나 동기동창 또는 정치적 동반자, 가신들, 퇴직 공무원들의 보은용으로 귀착된다. 물론 당연히 우선해야할 능력 및 전문성은 후순위거나 아예 자격으로 치지도 않는다. 실력, 경험, 비전 제시 등의 표어는 언제나 박제된 용어일 뿐이다. 그러니 이곳에 문화와 예술이 있을 리 없다. 짬짜미한 욕망과 자리만 있다.

허긴, 예술의 가치마저도 시스템 아래 '만들어지는' 판국에 인사인들 공명정대하게 이뤄지겠냐만, 문제는 높던 낮던, 작던 크던 끼리끼리 다 해 먹는 작당의 문화가 생각 이상으로 비판 없이 무감각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예술가의 작품성과 발전 가능성을 말하고 그 의도와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질문해야하는 선정 및 지원 심사에서조차 누구누구 아느냐 따위의 질문이 등장한다. 같은 학교 출신이기에 혹은 제자이기에 뽑아야 한다는 족보타령도 나온다. 심지어 성별이라는 생물학적 이유마저 당락의 잣대가 된다. 그야말로 혼(魂)이 비정상인 이들이 창조하는 부끄러운 양태들이다.

때와 장소를 구분 못하는 사사로움에 매립되고 계선(系線) 체계가 무너지면 간신은 들끓고 역량을 갖춘 인재들은 자릴 뜬다. 그래도 세상의 정의로움과 기회의 공정함을 믿는 한줌의 선량한 기대마저 희석된다면 긍정적인 미래는 쉽게 개방되지 않는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예술이든 다 마찬가지다.

그런 차원에서 권력의 최정점과 연관된 최순실 게이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턱도 없는 사람일지라도 측근 하나 잘 만나면 그 자체로 권력이 되어 세상을 마음껏 갖고 놀 수 있는 현실을 증명했다는 점, 줄과 라인을 중시해온 대한민국의 오랜 근친문화의 부작용을 상징한다는 점, 실력 보다 인맥, 능력에 앞서 누가 배경인지가 삶에 있어 더욱 소중한 가치임을 보여준 기표라는 점에서 고찰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건 이런 역사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달라질 리도 없다는 데 있다. 변화를 꿈꾸기엔 너무 머리 와 있다는 것도 근심이다. 정말 간절히 원하지 않아서,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아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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