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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나카가와 이사쿠

나카가와 이사쿠/맹인의 무리/목판화/43.2×96.8cm/1962



다섯 명의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며 조심스럽게 길을 걷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의 나카가와 이사쿠(中川伊作·1899∼2000)의 목판화로 작품의 제목은 '맹인의 무리'이다.

그렇다면 그림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보자. 제목에 따르면 다섯 명의 사람은 모두 앞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모두 앞이 보이지 않는 채로 뒷사람이 앞사람을 의지하고, 또 그 앞사람은 앞사람을 의지하며 위태롭게 나무다리 위를 걷고 있는 것이다. 제일 앞에 서서 걷는 사람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상상하니 아찔하기 만하다. 과연 가장 선두에선 이 사람은 길을 알고 걷고 있는 것일까? 제일 뒤에 서서 걷는 사람은 하늘을 향해 손을 높이 들고 등불까지 들었다.

이 작품을 소장했던 미술 컬렉터 하정웅 선생님은 자신의 책 《날마다 한걸음》에서 이렇게 말했다.

"50년 동안 미술컬렉터로 살아온 나에게, 수집품 가운데 가장 마음을 끄는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나카가와 이사쿠(1899~2000)의 목판화 를 선택할 것이다.…는 인생의 나침판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지,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와 마주 할 때마다 내게 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눈을 감고 가는 먹먹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자주 있다. 사실 나는 매일 느낀다. 아마도 위에서 내려오는 지침이나 오래된 체계에 따른 회사생활을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교육사업체를 운영하며 여러 선생님을 이끌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업을 하며 걷는 길도, 프리랜서로서 살아가는 길도 확실한 길을 모른 채 눈을 감고 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가장 앞의 사람의 앞에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아래도 떨어질 것이다.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포기하고 돌아가자고 말하거나, 오히려 우리가 가야할 길이 넓어졌다며 강물에 뛰어들어 다함께 수영을 해 강을 건너가자고 말해야만 한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모두가 함께 혼란에 빠질 것이다. 둘 중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일지는 모르지만 리더는 최악의 상황에서 반드시 선택을 내려야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다해야한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건너는 그들이 끈끈한 애정을 등에 업고 무사히 도착지에 도달하길 바란다. 그리고 당장 다가올 내일의 일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가 그림 속 맹인들처럼 좀 더 씩씩해지길 바란다. 혼자면 두렵지만 함께라면 가능한 일들이 세상에는 아직 더 많다.

작품출처:http://www.designdb.com/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그림은 위로다. 명화보기 좋은 날, 모지스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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