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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송은문화재단의 아쉬운 결정

홍경한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



㈜삼탄의 유상덕 회장은 1999년부터 송은문화재단을 이끌어오며 신진작가들의 전시 활동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 2001년 제정한 송은미술대상을 통해 그룹 뮌, 최선, 권준호, 손동현 같은 작가들을 발굴했고, 2010년 설립된 복합문화공간인 송은아트스페이스를 통해선 한줌의 무대조차 아쉬운 작가들에게 알찬 전시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 회장은 지난달 22일 25년 역사를 지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에 국내 12번째 인사로 선정됐다. 다른 장르도 아니고 미술에, 그것도 굳이 관심 두지 않아도 누가 뭐랄 수 없는 예술에 투자해온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수 있지만 유망한 젊은 작가를 육성 지원하는 등 한국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해온 그동안의 노력과 수고를 작게나마 보상 받은 셈이다.

그러나 얼마 전 유 회장은 오는 2019년 강남 청담동 부지에 들어설 새로운 미술관 설계를 스위스 듀오 건축가인 자크 헤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 건축사무소에 맡기기로 결정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의 미술관 건축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고양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 건축가를 세계적인 건축가로 부각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린 선택이라는 점에서 섭섭한 느낌도 없진 않다.

물론 그동안 한국의 문화공간의 뼈대가 외국인들 손에서 일궈진 사례가 한둘이 아니므로 유 회장의 결정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로랑 보두엥이 설계를 맡은 이응노미술관, 안도 타다오의 성격이 짙게 묻어나는 제주 본태박물관 등이 모두 외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서울대미술관이나 백남준아트센터 등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일본 건축가들의 손을 거쳤다.

하지만 브랜드와 명망성에 가려 제대로 된 가치구분이 희미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는 주위 경관과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지역의 역사성과 동떨어진 건축물이라는 논란을 불러왔으며, 마리오 보타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공동으로 설계한 삼성미술관 리움은 구조면에서 비싼 이름값에 부응하는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을 전후로 외국 유명인들의 이름을 내건 건축물은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다. 다른 사회권의 문화가 자신이 속한 문화보다 우월하다 여긴 채 무비판적으로 동경하며, 자신의 문화와 자산에 대해서는 업신여기는 '문화사대주의'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만큼 흔해졌다. 그러니 새롭게 건축할 미술관 프로젝트를 스위스 건축듀오에게 맡기기로 한 유 회장의 선택을 특정해 힐난할 명분은 없다.

다만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송은문화재단은 재능 있는 우리나라 인재들의 기회창출의 장이자 홀로서기를 뒷받침해온 거점이었다는 점에서 심리적 거부감은 있다. 일부러라도 한국 건축가들에게 비전과 가능성의 계제로 삼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기대와 바람, 그것이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 작가들에게 꾸준히 '지원'과 '육성'을 도모해온 '송은'이기에 기회 없는 예술가들의 허기를 알아달라는 주문이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기대란 게 일방적으로 쌓아놓고선 왜 부합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여태 해온 것도 대단한데 외국인에게 건축물 설계를 맡긴다하여 나무라는 것은 다소 가혹하다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허나 새로운 모험이 사례 없는 사례를 만들 수 있음을 희망한 게 잘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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