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동시통역사,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지난 2012년 8월 16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입법 예고를 한 지 4년 1개월여 만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지난 달 28일 본격 시행됐다.
사회에서 오랜 세월 고착화된 관습을 법으로 강제적 제어를 하겠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물론 부정부패가 만연한 대한민국의 실상을 보면 언젠가는 필요한 법이었다. 캠페인이나 홍보로도 효과가 없다면 강력한 법의 적용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특히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해 인간관계와 자신의 목적이 추진됨에 있어서 크게 향방을 좌우하게 된다. 그 세 가지를 적절히 활용하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생기게 된다.
이런 사회의 불공정을 해결하기 위해 '김영란법'이 탄생한 것이다.
법이란 시시각각 그 사회의 정서와 트렌드를 반영하여 현실적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 다만 완벽한 법안이라도 시간의 흐름과 정서를 무시하고 수정 없이 그대로 지속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법이라는 것도 결국엔 사회구성원들의 원만한 공동체 생활을 위한 수단이자 양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법도 시대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역시 갑에 있는 사람들은 김영란법의 시행에 조금 불편하고 이전처럼 배를 채울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그로인해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들이나 서민들의 생존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왜 대한민국은 입법 하나를 해도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식 혹은 국민들의 여론만을 의식하여 정당들의 인기에만 연연하여 앞 다투어 사려 깊지 못한 입법만을 하는 것인가.
현 정부 초기에 담뱃값 인상만 하더라도 국민들의 건강에 목적을 둔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믿을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결국 국고를 채우기 위해 서민들의 세금을 걷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왜 자꾸 뻔한 거짓말로 자신들의 배만 채우기에 급급하면서 가뜩이나 먹고살기 어려운 서민들을 괴롭힌단 말인가. 도대체 왜.
예컨대, 제자가 스승에게 캔 음료 하나를 선물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3대가 가업으로 이어온 한정식집은 문을 닫아야 하고, 화원이나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생계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법이라는 것은 일반 서민이 생계에까지 위협을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이 위협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누굴 위해 법을 제정하고 그것을 정책적으로 실행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수혜를 받는 자와 피해를 보는 자들을 어느 정도는 저울질 해보고 책임 있는 입법을 해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명예, 권력, 경제력 등을 가지고 있는 소위 지도층이다. 사실상 일반 서민이 국가 전체를 뒤흔들만한 게이트 사건 등에 연루되는 것을 필자는 거의 본적이 없다.
대체 언제쯤 대한민국은 국민을 위한 입법, 국민을 위한 예산 편성, 국민이 웃을 수 있는 정책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정치에서 국민을 제외한다면, 그 자체의 존재 이유가 없다.
정치권이 어떤 것을 제시하고 실행하더라도, 국민들이 공감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만족이 없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며, 전형적인 구태정치이다.
정치가 악을 척결하고 선을 도모해야지, 악의 축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동시통역사,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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