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청렴하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률이다. 소위 높으신 분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사회를 추구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들이 갑질의 온상인 듯 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그동안 관공서나 대기업, 언론사 근처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엄청난 권리금을 지불하고 괜찮은 소비 중심지에 창업을 했다. 그나마 다른 입지보다 안정적 소비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인당 식사비의 기준이 3만원, 선물이 5만원까지로 규정되면서 전체적인 소비심리와 실질소비는 줄어들게 뻔하다.
'오비이락'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마치 그 꼴이다. 높으신 분들의 자성과 자각이 필요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관련법의 유탄이 애꿎은 소상공인들에게 튀는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친한 사람이나 지인들에게 의례적으로 인사치레처럼 하는 말이 있다. "언제 밥이나 한번 드시죠"다.
즉 밥을 먹는다는 건 그만큼 친밀감의 표시이며 친하고픈 우호적 표현이다. 우호적 행위가 단순히 금액적 잣대를 통해 호의다, 뇌물이다를 논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환경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짧은 시간에 선진국 대열에 오른 동양의 작은 부국인 싱가포르도 이광요 수상이라는 시대적 인물이 개혁을 주도했지만 공무원들의 원칙주의와 청렴도가 함께 실행됨으로 인해서 이룩한 부국인 것이었다.
오히려 싱가포르는 개혁의 칼바람으로 소상공인들이나 소규모의 사업체들의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던 우수사례로 조명 받았다.
하물며 대한민국은 오히려 힘 있는 자리에 계시는 높은분들의 자정과 원칙준수를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한해에 거의 100만명 정도의 신규 창업자가 사업을 시작하고 거의 90만명 정도의 폐업자가 발생되는 현상을 십여년간 되풀이 되고있다.
어쩔 수 없이 창업하는 창업자들의 투지금액에 2.5~3.5%의 월수익률을 위해 하루에 평균 13.5시간을, 한 달에 두 번 정도의 휴식을 취하며 삶의 현장에 매진한다. 그만큼 삶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목숨형 창업을 감행한 소상공들에게 김영란법이 가져온 후폭풍은 실로 냉정하다 못해 칼바람이라 하겠다.
제발 부탁하고 싶다. 높으신 분들의 자정과 통렬한 반성, 그리고 공직사회의 규범을 실천하는 정도의 삶을 실천해 달라고.
오늘도 들어오지 않는 고객을 기다리며 점포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흐린 초점 없는 눈망울이 떠오른다.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