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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사우디, 결국 제 꾀에 당했다…앙숙 이란에 '감산해달라' 빌어야 할 판



미국의 셰일오일 업계를 고사시키기 위해 2년 가까이 저유가 치킨게임을 벌여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제 살 깎아먹기'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 사우디의 주도 아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8년만에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 당장 감산 합의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오르고는 있지만 가격이 오른 만큼 미 셰일오일 업계도 되살아나게 돼 유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4개 OPEC 회원국들은 28일(현지시간)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마라톤 회의 끝에 감산에 합의, 산유량 감산 연구 위원회를 발족해 회원국별 감산 목표치를 정한 뒤 오는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위원회의 보고를 받기로 했다. 정례회의에서 정확한 감산량이 결정되겠지만 현재로는 하루 최대 75만 배럴 가량을 감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산 합의는 사우디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우디는 지난 2014년 11월 미국 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작전에 돌입, 2년 가까이 OPEC의 감산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고사되는 미국 업체들을 대신해 산유대국 이란이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며 국제원유시장에 복귀하자 계산이 어긋나게 됐다. 이란이 산유시설을 복구해 원유를 쏟아낼 기세라 유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전략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OPEC의 수조 달러짜리 계산 실수"라고 했지만 실상은 사우디의 계산 착오다.

사우디는 치킨게임으로 인해 지난해 사상 최초로 재정적자를 본 데 이어 최초로 국채를 발행하는 지경에 처했다. 또한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지분 일부를 상장해 그 자금으로 투자사업에 나서기로 하는 한편 석유 의존 경제에서 탈출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유가 시대가 더 길어질 경우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정책을 급선회한 것이다.

당초 이번 회의는 회원국의 실태 파악을 위한 비공식적인 회동이었지만 사우디는 회원국 사이 퍼진 저유가에 대한 위기감을 활용해 회의를 '임시 총회'로 격상하고, 감산 합의까지 이끌어 냈다. 그동안 사우디의 치킨게임에 휘말려 피해를 본 회원국들은 사우디에 리더십에 불만을 가졌지만 이번 감산 합의에 동의하면서 사우디는 리더십을 회복하고 산유량 조절 능력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소시에테제네랄의 원유 부문 책임자인 마이클 위트너는 "원유 공급이 얼마나 줄지 모르지만 산유국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합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수석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필 플린은 " 이번 합의는 석유전쟁의 종결을 의미한다"고 했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인 유가 상승으로 나타났다. 유가는 OPEC 감산 합의 직후 6% 가까이 뛰면서 배럴당 50달러 선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유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혹은 그 이상으로 오르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한적인 유가 상승이 위기에 처한 사우디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다. 사우디가 치러야할 대가는 또 있다. 감산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이란의 양해를 얻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랍의 맹주 자리를 놓고 다퉈온 이란에게 사우디가 머리를 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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