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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김영란법 시행…', 위법·적법 넘나드는 대기업 홍보실 박과장의 하루

자료 : 대한상공회의소



#A기업 홍보실에서 9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진수(가명) 과장. 입사때부터 홍보업무를 한 터라 잔뼈가 굵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또다시 '멘붕'이 찾아왔다.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때문이다.

당장 10월초에 예정돼 있는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부터 걱정이다. 워낙 매체가 많다보니 어디까지 초청해야 할지부터 막막하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이같은 행사는 모든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 어디까지인지도 알 수 없는 모든(?) 기자를 다 초청해야 한다니 기가막힌 일이다.

간담회 등에서 선물을 주던 관행도 없앨 수 밖에 없다. 법에선 공식행사라도 선물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준비하는 쪽에선 편하지만 주는 게 없으니 뭔가 께름칙하다.

기자가 '아픈 기사'라도 쓴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단순한 수정이라면 전화 한통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사안이 위중하다면 언론사로 찾아가 '읍소'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다. 김영란법에선 이같은 기사청탁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박 과장 입장에선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부정청탁은 불법이다. 그런데 어디부터 '부정청탁'인지 또 헤깔리긴 마찬가지다.

기자의 경조사 등에 화환이나 조화를 보내거나 봉투를 하던 것도 앞으론 골칫거리. 법에선 조화와 조의금을 합해 10만원까지만 '합법'이다. 조화가 10만원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박 과장도 10년 가까이 홍보업무를 했지만 깝깝한 노릇이다.

자료 :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기업들의 혼선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이 알아야 할 김영란법 상담사례집'을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사례집은 대한상의가 지난 8월부터 광장, 김앤장, 세종, 율촌, 태평양, 화우 등 6대 로펌과 함께 운영 중인 '김영란법 상담센터'에서 기업들이 궁금해 한 질의응답들을 정리한 문답집이다. 이는 대한상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문답집에 따르면 앞서 가상으로 연출한 박 과장 회사와 같이 기업들이 신제품 설명회를 갖고 참석자에게 5만원 상당의 선물을 돌리는 경우 참석자 중에 공무원, 교수, 언론인 등이 포함돼 있다면 '불법'이다. 김영란법은 행사와 무관한 선물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개최되는 학술행사 등에 연구 참여교수를 대동해 신제품을 발표할 경우 의료법에 근거가 있는 제약업계 행사만 항공료 지급 등 교통숙박 편의제공이 가능하다. 나머지 업계 행사는 불가능하다.

기업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10월에 출시될 신제품 홍보를 위해 미디어행사를 가질 계획이었지만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것이 너무 많아 애로가 많다"며 "과연 법을 지키면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행사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사례집 발표를 통해 법령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침이었지만 아직도 권익위조차 유권해석을 미루거나 아예 판례에 맡기는 등 법령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경우가 많다"면서 "권익위가 조속히 유권해석을 내놓고 사법부 역시 가이드라인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 : 대한상공회의소



현장에선 당장 28일 법 시행을 놓고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기관끼리도 해석이 다를 수 있어 더욱 그렇다.

기업마다 교수를 사외이사로 위촉하고, 사외이사 업무수행에 대한 댓가차원에서 회의참석수당을 제공하고, 임원급 예우 차원에서 골프, 휴양시설 편의 등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교수라는 이유만으로 김영란법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권익위와 법조계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당구 게임비는 되고, 금액상 같은 수준인 스크린골프 게임비는 안되는 것인지, 함께 술을 마시고 얼마 안되는 택시비를 대신 지급하는 것도 법적용대상인지, 정당한 업무청탁도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천금지대상인지, 등등 모든 것이 헤깔리긴 마찬가지다.

대한상의는 이와 관련해 ▲사규·가이드라인 정비 ▲직원 교육 ▲준법서약서 의무화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등의 대응책을 제시했다.

대한상의 전인식 기업문화팀장은 "양벌규정을 면책 받으려면 기업들이 종합적인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재판과정에서는 이 시스템을 얼마나 정착시켰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최근 식대가 초과될 경우 5만원짜리 식사권을 선물하거나 참석인원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3만원인 식사제공한도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묘책인 것처럼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 적법한 것으로 인정받기는 힘든만큼 법을 회피하려 하기보다는 기업관행 선진화의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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