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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화가들의 창-화가들이 그린 창문

내가 좋아하는 책 '작가의 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나에게 창과 그 너머 풍경은 일종의 '리셋 버튼'이다. 눈 깜짝하는 순간에 유리 너머의 바깥세상을 말 없이 방황함으로써 머리와 생각을 멈출 수 있다…세상과 나 사이에 접점이자 분기점 역할을 하는 한 장의 유리를 통해 소극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책 '작가의 창'에는 50명의 작가가 바라본 창과 그 너머의 풍경이 담겨있다. 저자인 마테오 페리콜리는 전 세계 각지에 있는 작가들이 글을 쓰는 공간의 창문과 창밖 풍경을 기록했다. 그는 말한다. 창은 우리의 시선을 안으로, 우리 삶 안으로 반사하는 거울이라고….

문득 화가들이 그린 창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글을 쓰는 작가가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창문과 함께한다면 그림을 그리는 화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는 창밖의 이야기에 몰두에 창문 가까이에 이젤을 두고 앉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세상과 분리되기 위해 창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 자기만의 방을 다시 만들 것이다.

화가들이 남긴 창의 기록을 구경해보자. 우리도 그들의 시각으로 멈춰 서서 풍경을 바라보고, 창의 안과 밖을 체감해보자.

그림1-coffee by the window/ 1945/ Konstantin Gorbatov



러시아 화가 콘스탄틴 고르파토프(Konstantin Gorbatov/1876-1945) 의 작품이다. 벌써 겨울이 내 눈앞에 펼쳐진 듯한 느낌이다. 가을에 겨울을 기다리는 묘미도 짜릿하지 않은가. 밖은 추운데 내 테이블 위에 뜨끈한 커피가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작은 사치!

그림2-Open Window, Spitalfields (1976-81)/Anthony Eytonⓒ위키아트



영국의 앤서니 옙튼(Anthony Eyton/1923~)작품이다. 완벽하게 늦잠을 자버린 일요일 오후 2시, 창문을 열었더니 생각만큼 날씨가 좋지 않아서 '오늘은 그냥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뒹굴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 아닐까. 화가의 방 안에 푸른 바닥과 창밖 창문의 푸른 테두리가 묘하게 일치되는 도시적이면서도 상쾌한 작품이다.

그림3-Books at the Window/1963/ Evgenia Petrovna Antipova ⓒ위키아트



러시아의 화가 예브게니야 페트로브나 안티포바(Evgenia Petrovna Antipova/1917-2009)의 작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주인은 늘 바뀌지만 가을에 낙엽이 주인일 때만큼 낭만적인 세상이 또 있을까?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주홍빛 가을이 가득하다. 풍성한 과일과, 책 더미들 사이로 풍요로운 가을이 오고 있다.

그림4-Iced Coffee / Fairfield Porter/1966



미국의 신 사실주의 작가이자 비평가인 페어필드 포터(Fairfield Porter/1907-1975)의 작품이다. 제목이 재미있다. 아이스커피라니, 햇살 좋은 어느 오후, 두 사람이 앉아 나란히 책을 읽고 있다. 중간 중간 서로가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러다가 햇살에 졸기도 하면서,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일상적인 고민도 하면서…어쩌면 우리의 삶을 이루는 것은 이런 사소한 것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이 그림은 알려주고 있다.

그림5-Sunday Afternoon /Steve Hanks



각종 SNS에서 리포스트돼 인기가 매우 많은 미국의 수채화 화가 스티브 행크스(Steve Hanks/1949-2015)의 작품이다. 입시 시절 미술학원에서 전임 선생님이 그의 화집을 보여줄 때 경외감과 허탈감이 동시에 들었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수채화를 한들 이런 사람을 어떻게 따라잡느냐며 푸념했지만, 이젠 이렇게 대단한 수채화 화가가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일요일 오후 창밖을 내려다보는 이렇게 예쁜 숙녀가 있다면 누구나 사진으로 찍고,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스티브 행크스의 작품들은 남녀노소 모두가 봐도 '아름답다' 라는 찬사가 저절로 나오기 때문에 대중적일 수밖에 없다.

그림6-View from a Window/ 1905/ Edward Okun



폴란드 화가 에드워드 오쿤(Edward Okun /1872-1945)이 남긴 창문 풍경이다. 유럽 특유의 붉은 지붕들이 촘촘히 쌓인 마을이 인상 깊다. 모두 분주하게 살아가는 삶의 매 순간에도 꽃은 자기만의 시간을 지켜내며 아름답게 피고 있다.

그림7-View from the window/1905/Edward Okun



에드워드 오쿤(Edward Okun /1872-1945)의 또 다른 작품이다. 두 개의 문을 지나야 바깥세상이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실내라면, 평생 이 속에서 지내도 좋을 정도다. 마치 과거로 돌아가듯 아스라한 풍경이 감성적이다.

문득 우리 집 창문을 바라본다. 넓게 펼쳐진 한강이 자기 갈 길을 열심히 가듯 흐르고 있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를 결정한 건 순전히 거실의 큰 창문 하나 때문이었다. 한강이 흘러가는데 그 어떤 다리도 교차로도 방해하지 않는 풍경이 좋았다. 물결을 물결대로 흐르게 하고, 바람은 바람대로 흐르게 하는 공간이라면 내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집을 선택할 때 주거 환경의 많은 조건들이 우리를 찍어 달라고 아우성치겠지만 나에게 꼭 중요한 조건을 하나 꼽으라면 '창문 너머의 풍경'이라고 하겠다. 작은 집일지라도, 지저분한 방일지라도 매일 아침과 밤을 창과 가까이한다면 세상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든든한 기분이 든다.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그림은 위로다. 명화보기 좋은 날, 모지스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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