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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을 위한 삶, 삶을 위한 예술

홍경한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



얼마 전 한 지인은 "요즘 미술계를 보면 마치 연예계 같다"며 "보여주는 것에 능숙한 작가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예술 자체도 지나치게 경량화 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필자는 그저 단면(斷面)이라고 대답했다. 예술의 가치 옹립에 묵묵하게 임하는 작가들도 많을 뿐더러 시대를 날카롭게 반영하고 질문하는 작품 역시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거북하고 불편한 것들을 끌어와 공론화 하거나 논의의 매제로 삼는 이들을 지지하는 부류도 있음을 강조했다.

허나 말은 그리했어도 구조와 가치관의 변화, 현상 등을 종합하면 그가 미술계를 연예계로 비유한 것이 과한 건 아니다. 부분을 전체로 확대해석한 측면이 있지만 미술계에도 이미 유사한 구조가 존재해 왔음을 부정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한 각종 미술공모전은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등용 프로그램과 별 차이가 없으며, 다양한 시상제도와 지명도 높은 공간에서의 전시는 스타를 배출하는 여타 시상식 및 무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명생활을 벗어나 어떻게든 성공의 사다리를 움켜쥐려는 구성원들이 없다고 보기 힘든 것이나, 기회의 구조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재주와 노력 외에도 자본과 네트워크, 프로모션 등이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삶에 있어 외면하기 어려운 조건인 것 또한 (굳이 비교하자면)연예계와 닮았다.

흥미로운 건 이런 구조와 환경에 대한 미술계 구성원들의 사고와 접근 방식이 유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삶의 수단'으로 삼는 작가들의 변화된 가치관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근래 젊은 작가들에겐 팬시제품을 만들던 상업성에 함몰되던 '작가'라는 고전적 프레임 안에서 행해지는 비판과 지적 따윈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일부는 계량화가 가능한 욕망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데에도 자연스럽다. 즉, 승자에 의해, 당락에 따른 결과가 보다 상위에 진입할 수 있는 주요 경력으로 가시화되고 실질적 보상으로 귀결되는 사회적 원리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오늘을 불편해 한다. 미술이 산업화되면서 더욱 견고해지는 시스템, 미술이라 하여 예외로 두지 않는 자본주의의 횡포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것들이 남긴 얼룩에 자발적으로 의탁하는 작가들을 비판한다. 경제적 불평등과 시장가치의 숭배를 비꼰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황금변기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넓은 관점에서 삶을 위해 예술을 도구화하던, 예술을 위해 삶을 헌신하던 그건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 선악은 없다고 여긴다. 철학자 혹은 선비처럼 행세해야 진정한 예술가로 대접받는 냥 착각하는 것보단 솔직한 게 낫고, 예술가는 고상해야한다거나 세상일에 초연하여야 한다고 믿는 오랜 기풍보단 현실적인 태도를 존중한다.

다만 호불호는 있다. 때문에 작품을 출세의 기저요, 물질적인 교환의 대상으로만 치부한다면 거리를 둔다. 인정은 하지만 그를 창작가라고 부르진 않는다. 적어도 아직까진 집단의 공통지나 대중 정서와 타협하지 않는 것, 취향공동체가 만든 틀과 그것을 수완 좋게 활용하는 이들이 원하는 것을 기능공처럼 만들어 내지 않는 것, 문화적, 교양적 포만감을 채우기 위해 예술을 찾는 이들을 멀리하는 것에 시선이 간다. 구식사고라 해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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