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동시통역사,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한반도는 북핵문제와 더불어 지정학적, 군사외교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대내외적 국가운영 시스템 전반이 재정리에 들어가야 하는 판국이다.
현 미국 대선은 초박빙의 상황이지만,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힐러리의 승리가 예측된다. 건강이상 설 등으로 문제가 야기되고 있지만, 어느 선거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한반도의 입장에서는 힐러리가 당선되어야만 한다. 힐러리가 상수라면 트럼프가 변수인 셈인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트럼프의 여지껏의 행보는 한반도의 입장에서 보면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트럼프의 당선자체가 어려움을 가져오기에 충분하다.
트럼프는 기업인이다. 기업인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업운영과 국가운영은 엄연히 다르다. 구성요인과 스케일 자체가 다르기 마련인데, 단지 기업의 실리 마인드만으로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핸들링 한다는 것 자체가 중국과의 관계 등 수많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반도의 입장에서는 힐러리가 당선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국제사회에서 한반도를 위협하는 요인들을 그나마 최소화 시킬 수 있다.
미국은 냉전체제 종식 후 국제정치에서 거의 패권을 오랜 세월 독차지한 강대국임은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미국을 견제할만한 존재로 이미 떠올랐다.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경쟁력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이유에서 지난 오바마 대통령의 G20 참석 차 중국 방문에서 벌어진 일들이 그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반감과 패권에서 상위에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도 갖추질 않았다. 레드카펫은 고사하고 비상용 계단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땅을 밟아야만 했다.
한반도는 미국과 오랜 세월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모든 국가 시스템이 대부분 대미 의존적인데 반해, 최근에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중국과의 교역량이 1,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연관성 및 의존도가 높은 처지다.
미국과는 한미동맹, 중국과는 경제적 밀착도. 별로 유쾌하지 않은 포지션에 놓여있는 한반도. 미 대선결과에 따라 우리의 운명도 극단적으로 양극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 북한의 5차 핵실험이 강행되면서, 한반도의 향후 대외적 국가전략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역사를 되새겨 보아도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서 완충국(Buffer State)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에서 이루어진 전쟁의 대부분은 자국의 직접적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강대국들 사이에 놓여 말 그대로 완충역할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완충국에 분단 국가이며 휴전상태인 것 자체가 얼마나 불안한 조건인가. 대한민국의 정치가 어느 나라의 정치보다도 디테일하고 중요시되는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지정학적 입장이야 앞으로도 바뀔 수 없겠지만, 국가의 역량이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피할 수 없는 완충국의 운명이다. 너무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이다.
언제쯤 한반도가 강대국들과 주위 국가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쉽게 해소할 수 없는 갈증을 머금고 있다. 완충국이라는 입장을 잘 활용하면 그것이 국가경쟁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국내 정치에서부터 불필요한 정쟁이나 후진적 정당정치가 지속된다면 한반도의 존립자체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무형의 동일목표 지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서 말이다.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동시통역사,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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