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무능력과 무책임이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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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무능력과 무책임이 만났을 때

최종수정 : 2016-09-08 17:13:20
 데스크칼럼 무능력과 무책임이 만났을 때

한진해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줄 몰랐을 것이다. 마치 돌파리 의사가 환자 배를 무턱대고 열었다가 수습을 못해 당황하는 상황 같다. 환자는 점점 죽어가는데 당황한 의사는 초짜 인턴과 보조간호사들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는 것 같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는 전형적인 '무능력'과 '무책임'의 결합이다. 한진해운 경영진과 주무부처의 무능력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무능력에서 그쳤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여기에 무책임까지 더해졌다. 이번 사태의 피해는 애꿎은 화주들과 협력업체들이 뒤집어썼다. 물건이 가까운 곳에 있으면 달려가보겠지만 바다 한 가운데 커다란 배의 수많은 컨테이너 속에 들어 있어 그러지도 못한다. 그 배에서 회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한진해운 직원들만 불쌍하게 됐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때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당시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53개 재벌기업들에 1999년 말까지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고 요구했다.

업종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정부 명령(?)에 기업들은 자산을 내다 팔고 직원들을 해고했다. 해운사들은 갖고 있던 배를 팔아 부채비율을 맞췄다. 당시 국내 해운업체들이 매각한 선박이 110척에 달했다.

그런데 배도 없이 해운사업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남의 배를 빌려 항로에 투입하는 '용선'의 관행이 시작됐다. 해운산업을 왜곡시킨 첫단추를 정부가 꿴 것이다.

해운업 구조조정은 2009년에도 시도됐다. 그런데 당시 해운 운임이 반짝 상승하자 구조조정 얘기가 슬그머니 들어갔다. 하지만 2009년부터 전 세계는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전문가들과 미래학자들은 세계 경제가, 자본주의가 성장을 멈췄다고 연일 떠들어댔다.

그런데도 정부는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았다. 2013년에도 용두사미식으로 구조조정의 시늉만 보였다. '선박펀드'를 통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노후선박 33척을 인수하는 것으로 구조조정을 끝낸 것이다. 올해 3월부터 현대상선을 시작으로 다시 재개된 해운업 구조조정 역시 무능력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한진해운과 의미 없는 '밀당'만 하다가 갑자기 법정관리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그렇게 잘못된 판단과 전문지식 부재 속에 내린 결론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원인이 된 것이다.

한진해운 경영진들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편의 사망으로 갑자기 한진해운 회장으로 취임한 최은영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전문지식의 부재 속에 비싼 값을 주고 장기 용선계약을 맺었다. 주식으로 치면 '상투'를 잡은 셈이다. 애초에 판단을 잘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세계경제가 침체되고 산업 물동량이 줄어든다는 '예측'과 '징후'가 계속 되는데,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런 무능력함에 모럴헤저드까지 보여줬다. 대주주로서 책임을 지기는 커녕, 지난 4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에 96만주의 지분을 매각해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최 회장으로부터 한진해운을 떠안겨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나마 사재 400억원을 출연했지만 최 회장은 한진해운의 여의도 사옥 임대료 수익을 꼬박꼬박 받고 알짜 회사들을 빼내 실속을 차리고 있다. 오죽했으면 최 회장에 대해 "세월호 선장처럼 무책임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까.

진짜 한진해운 사태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지난 6일 정부가 1000억원, 한진그룹이 1000억원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당장 한진해운이 용선료를 비롯해 밀린 돈을 갚아야 할 규모는 6300억원이 넘는다. 200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머지 4300억원을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도 걱정이지만, 이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데에 심각성이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에 무슨 명분으로 자금을 계속 지원할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물류대란 후폭풍이 계속 밀려올 것이다. 섣부른 오판이 낳은 결과다.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한진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이번 법정관리 여파로 전세계 35개국 90여 항구에서 운항되는 한진해운의 141척 선박에 물건을 맡긴 8200여 화주들이 줄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이 역시 아직 시작도 안 된 문제다. 지금도 한진해운 사태는 진행 중이라 어디에서 어떤 '지뢰'가 터질지 모른다.

엉킬대로 엉켜 있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전문가들 의견도 들으면서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금융의 잣대로 산업을 멋대로 재단하는 실책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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