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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ㅡ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그림1 Sky Above Clouds III Georgia O'Keeffe 1963



지난달 갔던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서 '조지아 오키프' 전시를 했었는데, 전시를 보는 내내 황홀감을 느꼈었다. 요 며칠 사이 가을의 기운 덕분인지 야릇한 햇빛, 변화무쌍한 구름들이 하늘을 팔레트처럼 만들었었다. 마치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처럼.

그림2 2016.07. 런던 테이트 모던 조지아 오키프 전시장 모습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1887-1986)는 미국의 여성화가로 주로 두개골, 짐승의 뼈, 꽃, 식물의 기관, 조개껍데기, 산 등의 자연을 확대시켜 표현한다. 마치 돋보기로 자연을 자세히 관찰하듯 그린 그녀의 작품 속 소재들은 리드미컬한 윤곽선들로 조화를 이룬다. 자연의 개체도 얼마든지 신비롭고 상징적이며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녀의 그림들로부터 배웠다.

그림3 Abstraction White Rose 1927 Georgia O'Kee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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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내가 원하는 곳에 살 수도 없고 갈 수도 없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도 없음을 알게 되었다.

말하고 싶다고 모두 말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바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지아 오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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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농장에서 대가족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화가가 되길 꿈꾼 그녀는 1904년 시카고 미술학교, 1907년 뉴욕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서 공부하지만 그 무렵 집안 형편이 나빠져 상업미술 작가로 활동을 하며 꾸준히 작업을 한다. 1912~1916년에는 텍사스에 있는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했다. 그녀는 화가의 길과 미술교사를 병행하며 계속 그림을 그렸다. 이 시기에 그녀가 교사 생활을 하면서 본 서부지역의 광활한 환경은 훗날 그녀의 작품 활동에 큰 영감을 준다.

그림4 Sunrise 1916 교사로 활동하던 시기 작품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그린 그린 몇 점을 당시 미국 현대 미술의 중심에 있던 스티글리츠의 화랑인 '291'에 친구를 통해 보낸다. 사진작가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1946)는 그녀의 소묘를 보고 마음에 들어, 그녀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고 자신의 화랑 '291'에서 전시를 연다. 자신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고 작품을 전시했다는 소식을 들은 조지아 오키프는 화가 나서 스티글리츠를 찾아간다. 이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그림5 알프리드 스티글리츠가 찍은 조지아 오키프의 모습 1918



하지만 둘은 불같은 사랑에 빠져 곧 연인이 되고, 동거에 들어간다. 사실 스티글리츠는 20살 연상의 유부남이었다. 스티글리츠는 당시에 이미 미국 '근대 사진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던 유명한 사진작가이자 전위적인 미술을 소개하는 잡지를 발행하는 발행인이자, 뉴욕 중심가에서 화랑을 운영 중이기도 한 미국 미술계에 주요 인물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스티글리츠의 배경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수군거렸다. 그녀의 작품을 온전하게 보기보다는 스티 글리츠와의 사랑을 비판하며 그녀를 '청순한 요부'라고 조롱했다.

둘은 만난 지 몇 년 뒤인 1924년 결혼하였고, 스티글리츠는 그녀에게 늘 영감을 주는 멘토이자 뮤즈였다. 사진작가인 스티글리츠가 조지아 오키프를 모델로 찍은 수많은 사진 역시 유명하다.

조지아 오키프는 스티글리츠와 결혼 후 작업에 매진한다. 하지만 그녀가 그림에 몰두하는 동안 스티글리츠는 조지아 오키프보다 18살 어린 또 다른 여인과 만난다. (이쯤 되면 그녀와 비슷한 사연을 지닌 '프리다 칼로'가 떠오를 테다. 실제 프리다 칼로는 조지아 오키프를 좋아했고 둘은 서로 교류했다. 두 화가 모두 남편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 둘 다 남편이 유명한 예술가라는 점, 남편의 외도로 상처를 받았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

어릴 때 소아마비로 한 다리가 자라지 않고, 더불에 청소년기에 전차 사고로 잔인하게 온몸이 부서진 듯한 아픔을 겪었던 프리다 칼로가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여성편력과 유산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조지아 오키프에게 보낸 편지다. 둘은 틀림없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 서로가 서로를 응원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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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니 정말 기뻤습니다. 몇 달 전 당신에게 전화한 이래로, 수도 없이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당신에게 많은 편지를 썼지만 하나같이 다 바보같고 공허하여 찢어 버렸답니다. 저는 영어를 잘 못써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특히 당신에게는, 다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당신께 약속했기에, 이 편지는 보내드립니다.

시빌 브라운이 저에게 당신이 아직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정말 최악이었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더군요. 사랑하는 조지아, 글을 쓸 수 없거든 스티 글리츠에게 대신 써달라고 하셔서 저에게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주세요. 저는 2주간 더 디트로이트에 있을 예정입니다. 당신을 본 이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 당신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대부분 당신이 알지 않아도 되는 슬픈 일이지만요. 다른 많은 행복한 일들이 있긴 하니까 불평하지 말아야죠. 디에고는 저에게 잘 해줘요. 그가 얼마나 프레스코화 작업을 행복하게 하고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 할 거예요. 저도 그림을 조금 그리는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저는 당신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당신의 아름다운 손과 눈의 예쁜 색깔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다시 또 만나요. 뉴욕에서는 제가 훨씬 행복할 꺼예요. 제가 돌아갔을 때, 당신이 여전히 병원에 있다면, 꽃을 갖다 드릴게요, 그러나 당신이 어떤 것을 좋아할지 찾기가 어렵네요. 당신이 저에게 단 두 마디만 써주셔도 저는 너무나 행복할 거예요. 조지아 당신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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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에 오키프는 뉴멕시코를 방문하고, 그곳의 매력에 푹 빠져 아틀리에를 만든다. 남편인 스티글리츠의 외도의 상처로 더 황량한 자연 속에 숨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작업의 열정으로 달랬다.

3년 후 스티글리츠가 사망하자 그녀는 아예 뉴멕시코로 이주한다. 1970년대 중반까지 오키프는 뉴멕시코의 분위기 있는 풍경과 몽환적인 소재를 작품에 담았다. 그녀는 그 어떤 여성보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말년을 보냈다.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콜로라도에서 래프팅을 즐기고, 비서로 함께한 59세의 연하의 청년 후안 해밀턴과는 자서전과 다큐멘터리 작업도 진행한다.

그림6 Coxcomb 1931



그림7 Grey Blue & Black - Pink Circle 1929



사람들이 그녀에게 "왜 그렇게 꽃을 크게 그리느냐"라고 묻자, 오키프는 오히려 "산을 그리는 화가에게 실제보다 왜 그렇게 작게 그리는지 물어본 적 있나요?" 라며 반문했다.

말년에 그녀는 시력이 점점 약해져 유화 작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연필과 수채로 계속 작업을 하거나 점토 작업을 진행한다.

가을이 어느덧 성큼 다가왔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마다 유독 자연의 변화에 더 민감해진다. 바람이 조금만 더 많이 불어도, '내일부터는 어떤 날씨가 되려나?' 궁금해지고, 갑자기 낙엽이 떨어지면 벌써 가을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같은 날은 조지아 오키프가 남긴 말을 떠올리며 내 주변을 더 천천히 둘러보며 날씨와 온도, 자연의 움직임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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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도시인들은 너무나 바빠서 꽃을 볼 시간조차 없다. 아무도 꽃을 보지 않는다. 정말이다. 너무 작아서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고, 무언가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조지아 오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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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및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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